
9월 결혼을 앞둔 이모(31) 씨는 22일 "스페인 신혼여행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같은 노선인데 몇 달 사이 항공권이 160만 원에서 240만 원까지 올라 있더라. 생돈을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결제 버튼이 안 눌러졌다"고 그는 토로했다.
중동 전쟁 여파에 유가가 치솟고 원/달러 환율까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오르자 해외 여행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 최모(41) 씨도 오는 5월 가족과의 동남아 여행을 계획했다가 국내 여행으로 바꿨다.
그는 "최근 항공료가 치솟으면서 4인 가족이 동남아 여행 가는 비용이 수백만원으로 올랐다"며 "이 정도 비용이면 굳이 동남아를 갈 필요가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결혼을 앞둔 김모(29) 씨는 오는 8월 호주에서 웨딩 스냅 촬영을 겸한 여행을 계획했는데 비용이 크게 올라 걱정이다.
김씨는 "2월 말 항공권을 확인했을 때는 대한항공 기준 103만~105만 원 정도였다"며 "보통 여행 2~3개월 전에 예매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다렸는데, 지난 주말 다시 확인해보니 같은 구간, 같은 일정인데도 150만 원까지 올라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더 비싼 가격에 저가항공을 예매하게 됐다"며 "금액적인 부담도 부담이지만, 이 가격이면 원래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고 덧붙였다.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이달 적용된 '6단계'에서 무려 12단계나 수직 상승한 '18단계'가 적용된다. 2016년 현행 유류할증료 체계 도입 이후 한 달 사이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MOPS)이 급등한데다 고환율까지 맞물렸다.
대한항공 기준 인천~뉴욕의 경우 유류할증료가 3월 편도 9만9천 원에서 4월 30만3천원으로 세 배 넘게 상승했다. 인천~런던·파리 등 유럽 노선 역시 7만9천500원에서 27만6천원이 됐다.
유류할증료는 항공권 '탑승일'이 아니라 '발권일'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같은 일정이라도 언제 결제하느냐에 따라 지불 금액이 달라지는 것이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발권할 수도 있지만 이미 금액이 많이 올라 망설이게 된다.
여행사 관계자 유모 씨는 "4월 유류할증료 인상 가능성을 안내하며 '3월 내 결제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 고객들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 단위 패키지 여행의 경우 전체 비용 규모가 크다 보니 결국 예약을 미루거나 아예 진행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는 여행수요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항공사의 비용 부담이 전반적으로 커진 상태"라며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항공권 가격 상승세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관광 수요는 그만큼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