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다시 치솟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을 돌파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 평균이 1,470원을 넘으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이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3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기준 전 거래일보다 12.5원 오른 1,493.7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어진 14일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종가 대비 16.30원 급등한 149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500.9원까지 치솟으며 장중 고점인 3월 3일(장중 고가 1505.8원) 이후 10일 만에 다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 선을 넘어섰다.
환율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이달 일일 변동폭은 평균 14.24원을 기록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있었던 2010년 5월(16.3원)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원화 약세 역시 수입물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원화는 달러 대비 3.84% 하락했지만,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 상승률은 2.92%를 기록했다. 유로(-3.29%), 엔(-2.39%), 스위스 프랑(-2.30%) 등 주요 통화보다 원화 낙폭이 컸다. 스웨덴 크로나(-4.49%)만 원화보다 더 하락했다.
원유 수입 비중이 높아 유가 충격에 취약한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원화 가치 하락의 주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국내 증시 과열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관한 우려가 겹치며 외국인 자금 이탈 흐름이 커진 것도 원화 약세 요인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3조3천274억원을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1,600원대 환율이 고착화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은 "중동 문제 장기화와 무력 충돌 확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현실화 땐 (환율 전망치를) 1530∼1600원까지도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워 실물 경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리면 기업 생산비 부담도 커진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상승으로 다시 물가가 오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이는 대출 차주들과 기업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해 실물 경제를 하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원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과 관련 필요하다면 구두 개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날 도쿄에서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과 한일 재무장관 회담을 개최한 이후 주일 특파원들과 만나 "달러가 강세이고 유로화나 엔화, 원화가 절하되고 있다"며 "엔화,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적절한 조치도 취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필요하다면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