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매수자들이 가격 하락을 지켜보며 관망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반 매물보다 가격을 낮춘 초급매물을 중심으로 계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5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일찌감치 급매물이 나왔던 강남·북 고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이달 들어 거래가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이달 들어 5건 이상 거래 약정이 이뤄져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25억∼27억원으로 떨어졌는데, 실제 약정은 이보다 5천만∼1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성사되고 있다고 중개업소는 전했다.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권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도 이달 들어 고점 대비 15% 이상 싼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 약정이 증가했다. 압구정 3구역에 포함된 현대3차 전용면적 82.5㎡ 저층은 최근 47억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지난해 이 아파트 저층이 53억∼54억원에 판매된 것과 비교해 6억∼7억원 이상 싼 가격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99㎡는 이달 3일 직전 거래가보다 1억원가량 낮은 34억4천만원에 실제 계약이 이뤄졌고, 잠실 엘스 전용 84.88㎡도 이달 3일 34억원에 계약서를 썼다. 현재 매물은 이보다 낮은 31억∼32억원 선에 나와 있다.
총 가구수가 1만2천여가구에 달하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도 현재 고점 대비 15∼20%가량 싼 급매물이 거래되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앞서 31억∼32억원, 최고 33억원까지 거래됐으나 현재 급매물은 27억∼28억원 이하로 나오고 있다.
특히 '1+1' 분양 조합원이 내놓는 소형 주택형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매가 활발하다. 62㎡의 일반 매물 가격은 17억∼18억원 선인데, 1억원 이상 낮은 16억∼17억원 이하에 거래된다.
최근 급매를 중심으로 거래가 늘면서 일부 구청에는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적체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허가 처리 기간이 기존보다 길어지며 약 3주 이상 소요되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가 다주택자가 매물을 처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는 허가 신청이 늘고 있고, 거래 허가가 불발될 위험도 있어 다주택자들은 이달 말까지는 약정을 서둘러야 할 전망이다.
실제 토허구역에서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의 임차인을 승계하는 경우 무주택자만 매수할 수 있는데, 허가 과정에서 매수자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주택이 발견돼 불허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 공동명의 주택을 소유한 경우나 가문에서 부동산을 상속받은 경우 소수의 지분만 보유해도 주택 보유로 간주해 매수가 불허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매도자가 적극적으로 가격을 낮춰주는 대신 중개업소에 매수자가 무주택자 등의 거래 허가 요건을 갖췄는지 깐깐하게 따지는 등 '매수자 선별'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아파트 가격의 하락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에 "이 지역은 최근까지도 가격이 오르다보니 다주택자가 1억원 내린 급매물도 아직 팔리지 않고 있다"며 "추가로 가격을 더 내려야 거래가 성사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