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으로 시작한 이란과의 전쟁의 여파로 13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등이 잇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우려 완화에 나섰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선에 머무는 등 시장 충격이 이어졌다.
이날 미 해병대 2,500명의 중동 추가 파견 소식이 뉴욕타임즈(NYT) 등을 통해 전해진 뒤 주요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지수는 40.43포인트(0.61%) 내린 6,632.19, 나스닥종합지수는 206.62포인트(0.93%) 떨어진 22,105.35에 거래됐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19.38포인트(0.26%) 하락한 46,558.47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간으로는 다우 1.9%, S&P500 1.5%, 나스닥이 1.3% 각각 하락하는 등 3주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 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낸 달러화 인덱스는 이날 100.528로 전일 대비 0.79%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0% 넘게 내렸던 달러화는 전쟁 직후인 2주 만에 2.5% 상승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월가 기관들의 전망은 개전 이후 크게 달라졌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이번 전쟁 개전 직전까지만 해도 주요 기관 투자자들은 달러화에 대한 비중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설정했으나, 불과 한 달 만에 중립까지 되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 약세론을 주장했던 JP모건도 1년 만에 처음 달러에 대해 긍정적 시각으로 전환했고,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자료 기준 투기적 달러 매도 포지션은 개전 이후 3분의 2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ING의 크리스 터너 외환전략 총괄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번 위기가 언제 끝날지 확실한 게 너무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달러 랠리에 거꾸로 대응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주요국 통화가치는 반대로 하락 중이다. 우리나라 원화 가치가 달러 당 1500원선을 돌파했고 일본 엔화는 달러당 159.71엔으로 2024년 이래 가장 큰 약세 국면에 진입했다. 공급망 위기가 짙어진 가운데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호주달러도 1.3% 넘게 밀렸다.

◆ 헤그세스 "걱정할 필요 없다"…같은 날 해병대 2,500명 증파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과,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 행정부의 해명 기자회견도 이어졌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이날 댄 케인 합참의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걱정할 필요 없다"고 일축했으나 구체적인 호위 방침과 개방 계획 등은 밝히지 않았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은 이란 급진 정권의 군사력을 세계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궤멸시키고 있다"며 이란의 신임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부상을 입었으며 외모가 훼손(disfigured)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란은 너무 세게 공격받고 있어서 재건에 20년은 걸릴 것"이라면서 하메네이에 대해 "아마 어떤 형태로든 살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미 정부의 이같은 해명과 달리 같은 날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해병대 약 2,500명이 군함 최대 3척에 탑승해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우크라이나에서 운용하던 요격 드론까지 이란전에 돌려 투입하는 등 이란의 회복 속도가 예상 수준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날 이라크 서부에서 추락한 공중급유기 추락 사고 사망자 6명을 포함해 미군 전사자는 총 13명으로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튀르키예 등을 통해 미국과 이란 사이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비공식 접촉이 진행 중이나 이렇다할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은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어져온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일시 해제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1개월간 한시적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선적한 유조선의 제품을 인도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공급 차질을 세계 석유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로 중동 산유국들의 3월 총 감산량이 약 2억 5,000만 배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원유·연료 선적이 6억 배럴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미 연방 법원은 이날 법무부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겨냥해 발부한 소환장을 기각했다. 제임스 E. 보스버그 판사는 판결에서 “소환장의 주된 목적은 단지 제롬 파월 의장이 대통령의 뜻에 굴복해 금리를 낮추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것”이라면서 “또는 사임시키려는 부적절한 동기가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산더미”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언급한 소셜미디어 글을 예시로 든 보스버그 판사는 “파월 의장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사실상 제로였다”고 덧붙였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의장에 대한 수사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를 확인시켜준다”면서 차기 의장 후보인 케빈 워시에 대한 인준만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연준은 오는 17일과 18일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이달 금리 동결이 확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선물시장 투자자들은 이란 전쟁의 여파와 유가 상승으로 인해 올해 첫 금리인하 시점은 당초 기대하던 7월에서 9월로 이동했으며, 올해 2차례 인하를 기대하던 지난달과 달리 1차례 인하에 그칠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