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거래소 규제를 포함한 이른바 ‘디지털자산 2단계 법안’ 밑그림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 투자자 무과실 배상 등 굵직한 쟁점들이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랐다.
금융위원회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첫 가상자산위원회를 열고 관계 부처, 유관기관, 민간 전문가와 함께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 검토안 방향을 논의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새로운 기회를 키우는 동시에 리스크를 관리하는 ‘두 축’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입법 논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논의는 스테이블코인과 거래소 지배구조 규제다. 위원들은 은행이 지분 50%+1을 보유하는 이른바 ‘은행 중심’ 컨소시엄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하는 방안, 특정 대주주 쏠림을 막기 위한 가상자산거래소 소유 분산 기준 필요성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결제·저축 수단이 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신뢰와 건전성을 은행이 책임지고, 거래소의 대주주 리스크도 제도권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지만, 금융당국·한국은행·정치권·업계 간 이견이 커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큰 틀도 제시됐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쓰이는 ‘가상자산’ 용어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정비하고, 거래소뿐 아니라 커스터디, 브로커, 발행·유통 플랫폼 등 다양한 디지털자산 사업자를 포괄하는 규율 체계를 새로 짜자는 의견이 나왔다. 거래소 내부통제와 전산·보안 기준을 법에 명문화하고, 시스템 결함이나 사고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무과실 손해배상’에 가까운 책임을 부과하는 안전장치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지난달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이후 불거진 내부통제 부실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위원들은 우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의 자율규제와 내부통제 기준을 대폭 손질해 시스템을 보강하고, 그 결과를 2단계 입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금융위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DAXA 내부통제 자율규제 개선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여야·정부 간 협의를 거쳐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권 부위원장은 “시장 혁신과 투자자 보호가 함께 갈 수 있도록 규율 틀을 정비해 디지털자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