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작전으로 중동의 전운이 최고조에 달했다. 유가와 국내외 증시도 요동치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3일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이 전술적 승리를 선언했을지 모르나 실질적인 전략적 승리는 중국이 거머쥐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중동 수렁에 빠져드는 사이 중국은 이란의 대중국 의존도를 심화시키며 패권 경쟁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병서 소장은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겸임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Q. 미국-이란의 충돌로 원유값이 급등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
"현재 상황은 '공포 프리미엄'이 실제 공급 차질보다 훨씬 앞서가는 국면이다. 공격 전날 브렌트유가 이미 배럴당 72달러대에서 7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주말 선물시장에서 5% 이상이 선반영됐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실제 원유 공급 감소가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수 있다는 공포다.
하루 2000만배럴, 전 세계 LNG의 20%가 통과하는 3km 수로의 심리적 봉쇄만으로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이미 비상 모드에 들어갔다. 글로벌 에너지 안보 타격의 핵심은 물량보다 가격이다. 분쟁이 수주 내 종결되면 75~80달러선에서 안정되겠지만 수개월 교착 시 85~95달러, 호르무즈 실질 봉쇄와 걸프 산유국 시설 타격이 겹치면 120~150달러라는 숫자가 현실이 된다.
물류에서는 글로벌 선적 물량의 약 70%가 지연되는 봉쇄에 준하는 상황이다. 보험료 폭등과 선박 우회로 인해 이란 해군이 물리적으로 봉쇄를 못 해도 '시장 봉쇄'가 동일한 충격을 만들고 있다."
Q. 유가 급등으로 중국도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있다.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인 중국에는 얼마나 큰 타격인가.
"표면적으로는 중국의 타격이 크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중국의 손익은 훨씬 복잡하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하루 150만 배럴 수입하는데 이는 전체 수입량의 13~15% 수준이다. 결정적인 것은 가격이다. 이란산 원유는 국제 제재로 시장가 대비 배럴당 10~15달러 할인된 가격에 들어왔다. 이것이 차단되면 중국 정유사들은 사우디나 러시아산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그만큼 비용이 올라간다.
그러나 일본과 비교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충격 흡수 여력이 크다. 일본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96%로 사실상 대안이 없다. 중국은 러시아산(약 20%)으로 상당 부분 대체가 가능하다.
이란산 할인 원유가 사라지는 것은 '비용 위기'지 '물량 위기'가 아니다. 역설적으로 이란이 더 궁지에 몰릴수록 중국에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원유를 팔 수밖에 없는 구조가 강화된다. 피해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협상력이 올라가는 포지션이다."
Q. 유가가 10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중국의 2026년 GDP 성장률이 목표치인 5%를 하회할 수도 있나.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하루 1100만배럴을 수입한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중국의 연간 에너지 수입 비용은 약 400억달러 증가한다. 유가가 100달러 이상이면 연간 1200억달러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것이 제조업 원가에 전이되고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면 내수 회복을 억누르는 악순환이 작동한다. 거기에 트럼프 관세 충격, 부동산 디레버리징, 내수 소비 부진이라는 세 가지 역풍이 이미 존재한다.
5%목표 달성에 이미 빨간 불이 켜진 상황에서 유가 100달러 이상의 충격까지 더해지면 실질 성장률이 4%초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바로 이것이 중국이 이란의 완전 봉쇄보다 '관리된 위기' 상태를 원하는 이유다."
Q. 중국이 이란 편을 들면서도 걸프 6개국 눈치를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이 중국 외교의 정수다. 중국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 등 걸프 6개국을 동시에 잡으려 한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중국에게는 완벽하게 계산된 포지셔닝이다. 이란 편을 드는 것은 반미 진영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글로벌 사우스에서 도덕적 리더십을 확보하는 카드다.
걸프 6개국은 중국 원유 수입의 40%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공급처다. 사우디와의 관계는 2023년 중국이 중재한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로 이미 전략적 깊이를 확보했다.
왕이 외교부장이 프랑스, 오만 외무장관들과 연쇄 통화를 하는 것은 '중재자 중국'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미국이 폭격하는 동안 중국이 대화를 시도하는 그림 자체가 글로벌 사우스에서 미국과 중국의 도덕적 대비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중국이 추구하는 '전략적 모호성'의 진짜 목표다."
Q. 중국이 이란 정권 교체에 반발하는 이유는. 현실화될 경우 '중국-이란 25년 전략 협약'은 어떻게 되나.
"중국이 이란 정권 교체에 반발하는 이유는 단순한 우방 보호가 아니다. 4000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25년 전략 파트너십이라는 거대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이란은 중국의 일대일로에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핵심 허브다.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의 멤버로 중국이 주도하는 반달러 다자 플랫폼의 핵심 파트너다. 이란 정권이 미국이 원하는 친서방 정권으로 교체된다면 이 모든 투자와 전략적 포지션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란 정권 교체 자체보다 이란이 서방 진영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새 이란 정권이 중국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면 중국은 오히려 새 정권과의 관계 재설정을 통해 더 유리한 조건을 협상할 수 있다. 즉 중국의 반발은 이란 인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4000억달러짜리 포트폴리오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Q. 미국의 이란 공격 이유 중에 중국의 전략적 포지션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보나.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분명히 계산에 들어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국가안보 전략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중동 내 전략 거점 확대를 핵심 위협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란이 중국의 중동 허브로 기능하고 중국이 이란에 CM-302 초음속 대함 미사일과 방공 시스템을 지원하는 상황은 미국에게 이중 위협이다.
'이란 핵 프로그램'이라는 직접 위협과 '중국의 중동 패권 확장'이라는 구조적 위협이 겹쳐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이란 공격은 핵 위협 제거와 동시에 중국의 중동 전략 교두보를 타격하는 두 마리 토끼 사냥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전략은 이란을 더 중국에 밀어붙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란이 약해질수록 중국 의존도는 깊어지기 때문이다."
Q. 장기적으로 미국의 군사개입이 중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것이 이번 이란 사태의 가장 냉혹한 진실이다. 미국은 전쟁에서 이기고 전략에서 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타격하고 지도부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군사개입이 중국에게 선사하는 전략적 선물은 네 가지다.
첫째, 미국이 중동 수렁에 묶이는 사이 중국은 남중국해·대만 해협에서 전략 공간을 조용히 확장한다. 둘째, 이란의 대중국 의존도 심화로 중국이 할인 원유와 인프라 계약을 독점한다.
셋째, 미국의 공습이 만드는 인도주의 참사로 글로벌 사우스에서 반미 여론이 결집하고 중국이 그 구심점이 된다. 넷째, 이란 재건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독점적 수혜를 가져간다. 이라크와 리비아 전쟁 이후 최대 수혜는 미국이 아니라 조용히 들어간 중국 기업들이었다."
Q. 3월 말 미중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와 대만 문제 등 협상 카드는 어떻게 전망하나.
"정상회담은 열릴 가능성이 높지만 실질 성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트럼프의 '4주' 시간표는 단순한 군사 계획이 아니라 외교 일정을 염두에 둔 계산된 발언이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된 상태에서 시진핑을 만나면 비판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4주 안에 가시적 성과를 만들고 방중 카드를 쓰는 것이 트럼프의 시간표다.
회담 분위기는 냉랭할 것이다. 이란 사태에서 중국의 역할, 15%일괄 관세 충돌, 대만 문제가 동시에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만 무기 판매 중단을 협상 카드로 내밀 가능성은 있지만 트럼프는 이것을 팔 수 있는 카드보다 협박용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대만 무기 판매 중단은 의회의 반발을 초래하고 아시아 동맹 전체를 흔드는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Q. 향후 이란 위기에서 중국의 최종 전략과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중국의 전략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비난하되 싸우지 않고, 지원하되 드러내지 않으며, 기다리되 늦지 않게 들어간다'이다. 중국은 지금 역사상 가장 유리한 포지션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가장 많은 것을 얻는 구조다. 중국은 이란 원유를 더 싼 가격에 확보하고 이란 재건 시장을 독점하며 글로벌 사우스의 구심점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또한 이란을 통한 중동 금융의 위안화 블록 편입을 가속화할 것이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란 체제의 완전 붕괴다. 이란이 통제 불능이 되면 4000억달러 투자자산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이란의 '적당한 생존'이다. 무너지지도 강해지지도 않고 중국에게만 의존하는 상태가 최적 시나리오다. 중국은 이번 위기에서 단기 비용을 치르고 중장기 판을 얻는다. 미국이 총을 쏠 때 중국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다."
Q. 이번 사태가 한국에 주는 통찰은 무엇인가.
"한국은 이번 이란 사태에서 가장 취약한 구조적 약점을 가진 나라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 70%, 그 중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물동량의 70%가 지연되는 상황이 1주일을 넘기면 한국 경제는 사실상 비상체제로 전환된다고 경고한다.
이번 이란 전쟁은 한국에게 세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에너지 다변화는 생존의 문제다. 둘째, 선박 보호 문제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셋째, 미중 사이의 전략적 포지셔닝이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 이란 전쟁은 한국에게 에너지 안보의 최후 경고장이다. 이번 위기를 에너지 다변화와 비축 확대의 마지막 기회로 삼지 않는다면 다음 위기에서 한국은 가장 먼저 비상체제를 선언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