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와 액화천연가스의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승세인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더 오를 것이란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10주 연속 하락하던 주유소 기름값은 이번 사태를 앞두고 지난주까지 연속 2주 오른 바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반영된다"며 앞으로 오름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도 요동쳤다. 2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6.7% 상승한 배럴당 77.74달러로 마감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배럴당 71.23달러로 전장 대비 6.3% 올랐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이란산 원유 공급 중단 ▲중동 에너지 인프라 피격 여부에 따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형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석유·가스 무역적자가 GDP의 1.8%로 비교적 낮다고 밝혔다.
아시아의 석유·가스 무역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1% 수준이며,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GDP 성장률이 직접적으로 0.2∼0.3%포인트씩 줄어든다는 게 모건스탠리 측 추산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될 경우 아시아의 거시경제 전망에 하방 위험을 키울 것"이라면서 "공급 측면이 주도하는 유가 급등은 (아시아의) 성장률과 거시 안정성 위험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봉쇄에 나선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30%가 지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로, 우리나라 에너지 수송에서도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중동 원유 도입이 전체의 70%에 달하고,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에너지 수급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충분한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협이 봉쇄될 경우에 대비해 중동 이외의 물량 확보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