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습 이후 첫 거래일인 2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 기준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보다 약 8% 오른 배럴당 72달러선에서 거래됐다.
국제유가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한때 130달러를 넘었고, 같은 해 8월 100달러 아래로 내려간 뒤 하락세를 보이다가 올해 들어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로 다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 ▲이란산 원유 공급 중단 ▲중동 석유시설 피격 여부 등에 따라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크게 웃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동산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될 경우 중국과 인도 등 러시아 우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더 늘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과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해협 봉쇄를 위협해 왔지만, 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한 일시적 선박 운항 제한을 제외하면 전면 봉쇄를 선언한 적은 없다.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러시아 국부펀드 대표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경제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지난달 28일 엑스(X·옛 트위터)에 "유가가 곧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TV 진행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이란 공습이) 우리 예산에 커다란 이득"이라며 "트럼프(미국 대통령)가 이란 유전을 공격한다면 우리가 남은 소수의 석유 생산국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쟁 자금의 상당 부분을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는 유가상한제 등 제재로 유럽 등 서방 판로가 막히자 인도·중국 등에 할인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러시아 원유 수출량의 34%를 인도가, 26%를 중국이 수입했다.
러시아는 지난 1월 미국 정부의 베네수엘라 군사개입 여파로도 원유 수출 측면에서 호재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이 현지 석유시설 장악을 시도하면서 베네수엘라 원유 최대 고객인 중국이 러시아산 수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이란을 포함한 중동산 원유 의존도도 높다. 중국 원유 수입량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AP통신은 하루 160만배럴 규모인 이란 원유 수출의 대부분을 중국이 사들이고 있어,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 다른 공급처를 찾아야 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유럽도 긴장하고 있다. 네덜란드 TTF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4월물 가격은 2일 한때 26% 넘게 급등하며 메가와트시(㎿h)당 40유로를 돌파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를 담당한다.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줄이는 대신 미국·카타르산 LNG 수입을 늘려왔다.
스웨덴 은행 SEB의 원자재 분석가 올레 발뷔에는 중동산 가스 공급 차질 시 아시아 국가들까지 미국산 LNG 확보에 나서 유럽 가스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