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자 국내 산업계가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란이 국제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에너지와 물류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정유사들은 이날 비상회의를 열고 원유 수급 차질 가능성과 가격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대응책을 점검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3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전체 원유 도입의 69.1%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5%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따라서 해협이 실제로 봉쇄될 경우 수송 차질로 인해 원유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유가까지 오르면 정유사들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정유업계는 항행 중인 유조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점검하는 동시에 대체 항로 확보와 단기 스팟 물량 도입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동 이외 지역으로 원유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려두고 있다.
다만, 업계는 당장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도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1억 배럴 가까운 원유를 보유하고 있는 등 민관이 합쳐 약 7개월 분의 비축유를 확보한 만큼 비상 상황에 대응할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는 해당 공역 폐쇄에 따라 운항편을 회항·취소하는 한편 국제 유가 상승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의 이란 공격이 발생한 지난달 28일 오후 1시 13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두바이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KE951편(B787-9)을 미얀마 공역에서 인천으로 회항시켰고, 이어 오후 9시 두바이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려던 KE952편도 결항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각각 인천과 두바이에서 출발 예정이었던 KE951편과 KE952편도 사전 결항 조치했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중동 노선인 인천∼두바이에서 주 7회(매일) 왕복 운항해 왔다.
대한항공은 향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후속 스케줄을 조정할 예정이다. 현지 상황 변동에 따라 당분간 두바이 노선 운항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운항 정보를 안내할 계획이다.
항공사들은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을 동시에 주시하고 있다. 항공유와 리스료,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상 유가와 환율이 함께 오를 경우 수익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업계도 긴장 상태다. SK해운과 팬오션 등은 항로 우회와 운항 변경 등 비상계획을 점검하고 있고, 해외 선사들도 회항이나 정선 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적으로는 항로 변경에 따른 운임 상승이 예상되지만, 국제유가와 보험료 인상까지 겹치면 비용 부담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확전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면서 산업 전반의 경영 불확실성도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