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인공지능(AI) 확산과 심각한 인력난이 맞물리면서 임금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사무직은 AI 자동화의 영향으로 임금 상승세가 둔화된 반면, 대체가 어려운 숙련 기술직은 몸값이 뛰며 '임금 역전' 현상이 현실화됐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리크루트웍스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일본 자동차 정비·수리직 평균 연봉은 480만4,100엔(약 4,471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 사무직 평균 연봉 467만6,500엔을 웃도는 수준이다.
건설 현장직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목수·비계공 등 건설 직군의 평균 연봉은 492만1,300엔으로, 마케팅·디자인 등 기획직(629만8,400엔)을 제외한 주요 사무직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의 핵심 배경은 '대체 불가능한 인력난'이다. 건설 현장직의 구인 배율은 9.38배에 달해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가 9개를 넘는다.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이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화이트칼라는 생성형 AI 확산의 직격탄을 맞았다. 비서·일반 사무직의 경우 업무 자동화율이 60%를 넘어서면서 노동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반대로 정비·건설 분야는 AI 자동화 영향이 10% 미만에 그쳐 숙련 기술이 곧 임금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다.
업종 간 격차도 뚜렷하다. 리크루트웍스연구소가 2020년 대비 2024년 평균임금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택시 운전사는 38.3%, 목수·비계공은 31.7%, 금속기술자는 20.6% 상승했다.
그러나 정부 공정가격에 묶인 의료·교육·돌봄 분야는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다. 간병인은 3.4%, 간호사는 5.7% 오르는 데 그쳤고, 의사는 오히려 8.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노동시장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인력이 화이트칼라에서 블루칼라로 이동하는 동시에, 블루칼라 사이에서도 직종 간 임금 격차에 따른 재편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