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신규 다주택 주담대에 적용 중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 규제를 만기 연장에도 동일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2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4일 5대 은행과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을 소집해 다주택자 대출 연장 관행 개선을 위한 3차 회의를 연다. 앞선 두 차례 회의가 대출 취급 현황과 만기 구조 점검에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다주택자 대출 총량 감축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이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전 금융권 다주택자 현황을 정밀 분석 중이다. 차주 유형(개인·개인사업자), 대출 구조(일시상환·분할상환), 담보 유형(아파트·비아파트), 지역(수도권·지방) 등으로 세분화해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대출 연장 관행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왜 이자상환비율(RTI) 규제만 검토하나",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연장이나 대환도 신규 다주택 구입에 가하는 대출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RTI 강화뿐 아니라 LTV 규제를 만기 연장에 추가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대상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주택 유형과 소재지를 기준으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보유 다주택자를 우선 관리 대상으로 삼는 이른바 '핀셋 대책'을 구상하고 있다.
다만 지방 부동산 침체와 임대료 상승 가능성 등 시장 충격을 고려해 매물 유도가 필요한 지역·유형에 한해 선별 적용해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임차인 보호 등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다주택자의 만기 연장은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용 임대사업자의 은행권 대출 잔액은 13조9,000억원 수준으로, 상호금융권까지 포함하면 약 2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개인 다주택자의 일시상환 구조 주담대에도 동일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나, 해당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만기 연장 제한이 임차인에게 직접적인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완 장치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다주택자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세입자 주거 불안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예외적으로 만기 연장을 허용하거나, 일시에 상환을 요구하는 대신 단계적으로 대출을 감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실태 파악 결과를 바탕으로 다주택자 LTV 규제나 대출 감축 방안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부작용은 어떤 게 있을 수 있는지 등을 금융권과 함께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다주택자 대출 관리 방안이 급부상하면서, 이달 말 발표 예정이던 올해 가계부채 관리 대책은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 확대와 금융권 가계대출 목표치 설정 등이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대통령의 연이은 문제 제기로 대책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