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달 납부하는 건강보험료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보험료 부과 기준을 손질한다. 소득보다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과도한 부담을 지거나, 재산 규모가 비슷해도 기준 구간 차이로 보험료가 크게 달라지는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이런 불합리함을 해결하고 건강보험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2026년 업무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이번 계획은 소득과 재산에 맞춰 보다 공정하게 보험료를 부과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지역가입자의 재산에 매겨지는 보험료 산정 방식이 크게 바뀐다. 현재는 재산 수준을 여러 등급으로 나눈 뒤 등급별 점수를 적용해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재산이 적은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의 보험료 부담을 지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건보당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등급제를 폐지하고, 재산 가액에 일정한 비율을 곱해 보험료를 산출하는 '정률제' 도입을 추진한다. 정률제가 시행되면 재산에 비례해 정확하게 보험료가 산정되기에 지역가입자 간의 형평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낮은 등급에 속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던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재산이 많은 이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우는 조치다. 이를 위해 공단은 관련 법령 개정과 구체적인 시행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소득 발생 시점과 보험료 반영 시점 사이의 간극도 줄어든다. 현재는 소득이 생긴 이후 실제 보험료에 반영되기까지 최대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려, 이미 소득이 줄었거나 없는 경우에도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공단은 국세청의 최신 소득 자료를 활용해 보험료 정산 체계를 확대하고, 실제 경제 상황을 보다 빠르게 반영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가입자가 체감하는 불합리함을 줄이고 제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재원 확보의 사각지대였던 '미부과 소득'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그동안은 소득이 있어도 특정 기준에 따라 세금을 따로 떼는 '분리과세 소득' 등에 대해서는 보험료가 제대로 부과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공단은 앞으로 이런 분리과세 소득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모색해 소득 중심의 부과 체계를 더욱 탄탄하게 다질 예정이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보험료가 있다'는 원칙을 실현해 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아울러 건강보험 재정의 또 다른 축인 정부 지원의 안정성도 강화된다. 공단은 법적 근거가 불명확했던 정부 지원을 명문화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