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오는 5월 9일로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연일 재확인하면서 서울 일부 지역에서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는 전용 49㎡ 고층 매물을 24억5,000만원에 내놨던 매도 희망자가 최근 가격을 23억5,000만원으로 낮췄다. 해당 주택은 다주택자 소유로, 양도세 중과 유예가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자 일몰 전에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에서도 전용 84㎡ 중층 매물이 직전 거래가인 36억원보다 2억원 낮은 34억원에 나왔다. 이 매물 소유자는 다주택자는 아니지만 호가를 낮춰 급매로 내놓은 다른 다주택자 매물과 발맞춰 빠른 거래를 체결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한 사례로 알려졌다.
정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분명히 한 데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다주택자들이 절세 차원에서 선제적인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급매물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이후 이달 2일까지 약 10일간 서울 아파트 매물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도자들이 매물을 내놨다가 다시 거둬들이는 등 눈치 보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관련해 나오는 매물은 생각만큼 많지 않고, 매수자들이 기대하는 가격과도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이 내놓은 금액이 아니면 급하지 않게 보유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23일 5만6,219건에서 이날 5만6,984건으로 1.3% 증가했다. 구별로는 송파구가 9.4%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성동구(8.4%), 강남구(4.8%), 강동구(4.1%), 광진구(3.9%), 서초구(3.8%), 종로구(3.4%), 용산구(2.7%), 영등포구(2.5%), 관악구(2.2%), 마포구(1.3%), 동작구(0.7%), 동대문구(0.2%)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북구(-5.7%), 강북구(-4.8%), 금천구(-4.6%), 구로구(-3.9%), 은평·양천구(각 -2.4%), 강서구(-2.3%), 중구(-2.1%), 도봉구(-1.7%), 중랑·노원구(각 -1.0%), 서대문구(-0.7%) 등 12개 구에서는 매물이 오히려 줄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일부 지역은 그동안 가격 상승으로 양도차익이 상당히 커진 상태"라며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세금 부담이 급증하고, 보유세 강화 기조에 대한 우려까지 겹쳐 선제적인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갭투자가 차단된 점은 매물이 대량으로 풀리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영향으로 일부 매물은 나오겠지만 설 연휴 등을 고려하면 물량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시장 심리가 둔화하면서 가격이 강보합이나 보합 수준에서 횡보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