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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기채의 '배신'…채권 투자 '4원칙' 알고 계십니까

기준금리 인하에도 미국 장기채 금리 '끈적' 금리와 경기, 두 축으로 거시경제 분석해야 4가지 경우의 수로 살펴보는 채권 투자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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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기채의 '배신'…채권 투자 '4원칙' 알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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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강한 미국 증시, 그걸 뛰어넘은 코스피와 코스닥. 실물자산 금·은의 폭등. 모든 것이 오르는 '에브리띵 랠리' 속에서 웃지 못하는 자산이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꼽혔던 미국 채권이다.

    퇴직연금 계좌에 미국 장기채 ETF를 담은 기자의 연금계좌도 마이너스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는 공식만 믿고 버텼지만 시장은 기다림을 비웃듯 반대로 움직였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채권투자의 '4대 원칙'을 통해 현재의 채권 시장의 위치가 어디에 와있는지 진단해보자.


    ▲ 美 장기채 역주행…엔화로 샀다면 이중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24년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최고 5.50% 수준에서 3.75%까지 하락했다.

    문제는 역주행 중인 10년 이상 장기채권 금리다.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2024년 9월 FOMC 무렵 3.72% 수준에서 현재는 4.26%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30년물은 4.07%에서 4.83%로 올랐다.


    장기채 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자 장기채 ETF 가격도 하락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SOL 미국30년국채액티브(H)와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각각 11.58%, 10.29% 하락했다.

    엔화로 미국 장기채를 사들이는 ETF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이중고에 빠졌다. 엔화 가치 하락(환차손)에 채권 가격 하락까지 겹치며 손실이 불어났다. 엔화로 미국 채권을 담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2621)' ETF는 미국 금리 인하기에 15.01% 하락했다.



    ▲ 주식은 펀더멘탈, 채권은 거시경제
    기업의 주가가 실적과 성장성에 영향을 받는다면, 채권은 거시경제 상황에 반응한다. 거시 경제 환경이 어디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채권 역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경기'와 '금리'라는 두 가지 축에 의해 결정된다.

    ① 첫 번째 축: 금리 인상 vs 금리 인하
    금리와 채권 가격은 시소처럼 반대로 움직인다. 시장 금리가 1%포인트(p) 내려갔다고 가정해보자. 과거에 높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의 인기가 높아진다.


    특히 10년 이상 장기 채권은 매년 1%P씩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잔여 기간이 길다. 그만큼 가격 상승 효과가 가파르다. 채권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금리 하락기에 장기채로 몰리는 이유다.

    금리가 오르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들의 이자가 더 높다. 기존에 낮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은 매력이 떨어진다. 이때는 '단기 채권'으로 방어해야 한다. 금리가 1%P 오른다고 해도 만기가 짧아 손실 폭이 작다. 금방 돌아올 만기 자금을 활용해 더 높은 금리의 채권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② 두 번째 축: 경기 호황 vs 경기 불황
    경기가 호황일 때는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부도 가능성이 낮아진다. 투자자들은 안전하지만 이자가 낮은 국채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회사채에 매력을 느낀다. 부도 위험이 낮기 때문에 낮은 신용도의 채권인 '하이일드 채권'도 인기를 끈다.


    반대로 경기가 꺾이면 시장은 공포에 빠진다.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조금 낮더라도 가장 안전한 국채로 자금을 옮긴다. 우량한 나라의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채 가격은 급등하고, 위험한 하이일드 채권은 외면받는다.

    기, 4가지 경우의 수
    이제 금리 인상·금리 인하 × 경기 호황·경기 둔화 '4가지 경우의 수'에서 어떤 채권 상품이 유리한지 따져보자.

    ① 금리 인하·경기 호황(골디락스): 장기 회사채
    경기가 좋은데 금리까지 내려가는 시기다. 부실 기업도 경기가 좋아지면서 부도 위험이 낮아진다. 국채보다 이자를 더 주는 회사채의 매력이 커진다. 특히 금리 하락시 가격 상승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기 채권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



    ② 금리 인하·경기 둔화(디플레이션): 장기 국채
    경기 침체가 우려되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린다. 경기가 꺾이고 있기에 회사채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로 돈이 쏠린다. 금리 하락폭이 크기 때문에 채권 가격 차익을 노리는 장기 국채 투자가 통한다. 현재 많은 장기 국채 투자자가 기대했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③ 금리 인상·경기 호황 (인플레이션): 단기 회사채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는 시기에는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 가격 하락 폭이 적은 단기 채권으로 방어해야 한다. 다만, 경기가 좋으므로 기업의 부도 위험은 낮아진다. 국채보다는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주는 회사채를 보유해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을 이자 수익으로 메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④ 금리 인상·경기 둔화 (스태그플레이션): 단기 국채
    가장 피해야 할 국면이다. 물가는 오르니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경기도 나빠지니 기업의 부실 위험은 높아진다. 이때는 수익보다는 생존이 우선이다. 가장 안정적인 국채를 짧은 만기의 상품으로 보유하면서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
    인공지능(GEMINI)을 통해 제작.
    ▲ 미국 장기채는 언제 반등할까
    최근 미국 장기채 가격의 부진은 시장의 희망 고문이 낳은 결과다. 금리 인하·경기 둔화 '디플레이션'을 기대하며 장기채에 베팅했으나, 현실은 여전히 물가가 높고 경기가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구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의 반등 시점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금리 인하 여부만을 볼 것이 아니라, 시장의 판도를 바꿀 지표를 정밀하게 추적해야 한다.

    ① 물가 지표
    첫 번째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다. 물가는 채권 금리를 붙들고 있는 무거운 '닻'이다. 물가가 확실히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서야만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꺾인다.

    특히 10년 이상 장기채권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당장은 기준금리가 내리더라도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면 중간에 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기준금리의 방향성보다는 물가가 진정됐는지 여부가 장기채 가격의 핵심이다.

    ② 고용 지표
    두 번째는 비농업 고용지수와 실업률 등 고용 시장의 성적표다. 채권 투자자에게는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이 된다. 뜨거웠던 고용 시장이 차갑게 식어야만 연준은 경기 위축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명분을 얻는다.

    고용 둔화는 경기 사이클이 '호황'에서 '둔화'로 이동한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때서야 비로소 자산 시장의 자금은 위험도가 높은 회사채에서 안전자산인 국채로 본격적인 대이동을 시작한다.

    채권 투자는 단순히 '사놓고 기다리면 이자를 주는 안전자산'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채권은 거시경제의 거울이다. 현재 글로벌 경제가 4분면 중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그리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내가 보유한 채권 ETF의 수익률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물가 지표와 고용 보고서의 행간을 읽는 데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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