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까지 치솟은 것과 관련 역사적으로 큰 경상수지 흑자를 감안해도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지난 28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매크로 컨퍼런스'에서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대담 중에 "원화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평가절하되기 시작한 이유를 되돌아보면 정말 의아했다"고 말했다.
해당 대담 내용은 30일 한국은행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환율 급등 배경에 대해서 이 총재는 "일종의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진단하며, "수출 호조 등으로 달러가 풍부했지만, 사람들이 달러를 현물 시장에 팔기를 꺼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과 국민연금,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국내 투자자들은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으로 봤다"며 "이런 기대 심리에 대응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특히 "국민연금 해외 투자 규모가 우리 외환시장 규모에 비해 상당히 커졌다"며 "이는 원화가 평가절하될 것이라는 기대를 계속 창출하고, 그 기대는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해외 투자를 선호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최근 국민연금이 올해 해외 투자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는 최소한 200억달러 이상의 달러 수요 감소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민연금 환 헤지 비율 목표는 0%"라며 "경제학자로서 사견으로 말이 안 된다. 헤지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른 헤지 수단이나 달러 자금 조달원도 확보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의 달러 표시 채권 발행 허용 여부를 논의 중으로, 아마 3∼6개월 내 한국 외환시장 구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성장 전망에 대해서는 반도체·방산·자동차·조선업 수출을 핵심 동력으로 꼽고, 특히 AI 관련 반도체 수출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장기 유지될 경우 물가 전망 상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올해 물가를 2% 안팎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른바 'K자형 회복'을 언급하면서 "많은 사람이 중앙은행에도 책임을 묻는다"며 "그러나 금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또 가계부채와 관련, "우리는 정부와 함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까지 계속 낮추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처럼 대출 제한 중심의 정책을 지속한다면 수도권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며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같은 다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