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조한 기업 실적 기대감이 소비 심리 위축 우려를 덮으며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달러 가치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고 금값이 5,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거시경제 지표가 요동쳤지만, 이번 주 예정된 '매그니피센트 7(M7)'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술주들이 상승세를 주도하며 시장을 견인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1% 상승한 6,978.60으로 마감하며 역사적인 7,000선 돌파를 목전에 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0.91% 뛴 2만3,817.10으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이 20% 가까이 폭락한 여파로 408.99포인트(0.83%) 내린 4만9,003.41에 마감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bp(1bp=0.01%포인트) 상승한 4.23%를 기록했다.
◆ 미 소비 심리 2014년 이후 최악…달러화 가치 하루 만에 1%대 추가 하락
컨퍼런스보드가 이날 공개한 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4.5로, 지난달(94.2)보다 급락하며 2014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노동 시장과 경제 전망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관론이 확인됐지만, 주식 시장의 랠리를 막지는 못했다.
이토로(eToro)의 랄레 아코너 전략가는 "표면적으로는 적신호처럼 보이지만, 이런 신뢰지수 급락은 완전한 경기 침체보다는 재량 소비 둔화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되고 성장이 점진적으로 완만해지면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2022년 2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며 약세장이 심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기술적 조정을 넘어 구조적인 달러 매도세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달러 가치를 훼손하는 주요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트레이더들은 2011년 데이터 집계 이래 가장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며 달러 추가 하락 옵션에 베팅하는 등 약세장에 대한 확신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행정부가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일본 통화 당국과 손잡고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엔화의 하방 지지선을 구축하는 동시에 달러화의 추가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 연준 결정 D-1…"금리 동결 유력"
시장의 시선은 28일(현지시간) 예정된 연준의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쏠려 있다. 지난 9월 이후 세 차례 연속 이어졌던 금리 인하 행진을 멈추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3.75%)에서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8%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고, 실업률은 안정적인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지속할 동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속도 조절에 나서더라도 연내 금리 인하 기조 자체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시마 샤는 "인플레이션이 끈적이지만 가속화되지 않고, 노동 시장은 냉각되되 붕괴하지 않으며, 재정 부양책이 2026년 초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로 중립 수준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주요 연준 위원들과 제롬 파월 의장 간의 정치적 힘겨루기다.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법무부 수사를 통해 제롬 파월 의장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의장 유력 후보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투표 성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트럼프의 뜻대로 금리 인하에 대한 소수 의견을 낼 경우 차기 의장직에는 더 가까워지지만, 연준의 독립성 전통과는 멀어지는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 AI 투자에도 수익 지켰나…M7 실적 발표 임박
이번 주는 S&P500 시가총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기업들이 실적을 내놓는 '슈퍼 위크'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플랫폼, 테슬라가 29일, 애플이 30일 실적을 발표한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일주일 뒤인 2월 4일, 아마존은 2월 5일, 엔비디아는 2월 25일 각각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의 약 80%가 월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성적표를 내놨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울리케 호프만-부르카르디는 "기술주 실적은 강력할 것이며, 이익 성장이 경기 순환 섹터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SBC의 맥스 케트너 역시 "S&P500의 4분기 실적 기대치가 여전히 너무 낮게 형성돼 있다"며 "이번 주 금리에 민감한 고변동성 업종에서 대형 기술주로 회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기업들이 매출과 이익 모두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도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계감도 나온다. 울프 리서치의 크리스 세니엑은 "실적 호조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추세는 실적 시즌 내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M7 실적 발표가 투자 심리를 되돌릴 것으로 기대했다.
◆ 중간선거 앞두고 보험사 때리기…유나이티드헬스 20% 폭락
종목별로는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예고하면서 이날 하루 2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분기 영업마진은 0.3%로 시장 컨센서스인 2.9%를 대폭 밑돌았고, 올해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전년대비 2% 하향 조정했다. 웨인 드베이트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최고재무책임자는 핵심 자회사인 옵텀(Optum)의 진료 시설과 회원 규모를 20% 감축할 것을 시사했다.
전날 미국 정부가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보험사에 대한 2027년 지급 요율을 순평균 0.09%만 인상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나머지 대형 보험사들도 큰 주가 하락을 보였다. 휴매나는 이날 하루에만 약 21%, CVS헬스는 14% 각각 폭락했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는 4분기 실적이 월가 예상치를 상회하고 2026년 전망도 기대 이상으로 제시하며 9%가까이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GM은 분기 배당금을 20% 인상하고 6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도 공개했다.
보잉은 2분기 연속 잉여현금흐름 창출에 성공하고 4분기 매출이 57% 급증했다는 소식에도, 디지털 항공 솔루션 매각에 따른 일회성 효과라는 분석이 나오며 1.6% 하락했다. 보잉 경영진은 생산 차질에 따른 잔여 재고를 대부분 해소했다면서, 올해 737계열 항공기를 총 500대 인도할 목표를 제시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장 마감 후 올해 1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43억 2천만 달러에서 46억 8천만 달러로 제시하는 등 강력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시간외 거래에서 5.5%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