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와 기아가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로보틱스 선도 기업으로 진화하며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양사가 보여준 로봇 사업의 청사진이 실질적인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하며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20일 다올투자증권은 현대차의 적정주가를 기존 47만원에서 64만원으로 36.2% 상향 조정했다. 같은 날 현대차증권 역시 기아의 목표주가를 기존 17만 5000원에서 21만원으로 20% 올려 잡았다. 양사의 목표가 상향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로봇이 자리 잡고 있다.
▲ 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 가치 100조원대 성장 기대"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목표주가 상향(47만원→64만원)의 근거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가치 반영을 꼽았다.
유 연구원은 현대차의 2026년 수정 주당순이익(EPS)에 적용하는 적정 주가수익비율(P/E)을 기존 8.1배에서 11.0배로 35% 대폭 상향했다. 이는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로서 받던 밸류에이션을 넘어, 로보틱스 기업으로서의 프리미엄을 부여한 조치다.
구체적인 셈법도 제시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2025년 유상증자 당시 밸류에이션은 약 23조원 수준이었으나, 대량 양산이 시작되는 2030년경에는 기업가치가 100조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현대차가 보유한 BD의 지분 가치만 약 27조원으로 인식돼 주가 상승의 강력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유 연구원은 "3년 후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동차 공장에 적극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진영은 전 세계에서 테슬라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 기아 "로봇 대중화 전략 구체화… 저평가 이유 없다"
기아의 목표주가 상향(17만 5000원→21만마원)은 할인율 축소가 핵심이다. 현대차증권 장문수 연구원은 기아의 목표 P/E 산정 시 적용하던 할인율을 기존 30%에서 10%로 대폭 줄였다.
장 연구원은 "기존에는 코스피 12개월 선행 P/E(11~12배) 대비 30%의 할인율을 적용했으나, 이를 과거 밴드 상단 수준인 10%로 변경했다"며 "목표 P/E도 기존 8.0배에서 9.5배로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정의 배경에는 구체화된 로보틱스 전략이 있다. 기아는 엔비디아, 구글 딥마인드와의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과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기술의 약점을 보완하고 전략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장 연구원은 "기아는 단순한 패스트 팔로어가 아니라, 연간 800만대 생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 양산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며 "로보틱스와 SDV 전략 구체화가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을 해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장 연구원은 기아의 2025년 4분기 실적으로 매출 28조 2000억원(전년비 +3.8%), 영업이익은 1조 7600억원(-35.2%)을 제시했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 종료와 환율 상승에 따른 판매보증충당부채 증가 등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단기 실적 부진보다 로봇 사업을 통한 중장기적 기업가치 상승에 더 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