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부과 계획을 구체화하는 와중에 주요 반도체 생산국 중 대만에 대해 가장 먼저 대미 투자와 연동해 반도체 관세를 면제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한국은 미국이 무역 합의에서 약속한 반도체 관세 우대를 받아내기 위해 다시 협상에 나서야 할 형국이다. 대만에 준하는 면제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 관세를 반도체 전반에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세 수준과 면제 여부 등은 주요 반도체 생산국과의 무역 협상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을 통해 이같은 사안을 지시했다. 미국의 반도체 생산과 반도체 공급망 특정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통해 우대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에 이목이 쏠린다.
그 윤곽은 15일 미국과 대만의 무역 합의 발표를 통해 드러났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능력을 신설하는 대만 기업의 경우 해당 시설의 건설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생산능력의 2.5배까지 관세를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2.5배를 초과하는 수입분에는 우대율을 적용한다.
미국에서 신규 반도체 생산시설을 완공한 대만 기업은 신규 생산능력의 1.5배까지 관세를 내지 않고 수입할 수 있다. 이런 조건이 향후 한미 간 협상에서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이 작년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했을 당시 미국은 반도체 관세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한국 정부는 구체적인 조건을 협상하지 못했다. 다만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겠다는 원칙적인 합의에 그쳤다.
한미가 정상회담 결과를 담아 작년 11월에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에서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반도체 관세의 경우 '반도체의 교역 규모가 한국 이상인 국가'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한국에 약속했다. 이는 한국의 주요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의미했다.
결국 한국은 최소 미국이 대만과 합의한 내용에 준하는 수준의 관세 면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조차 불확실한 부분이 너무 많아 현재 단계에서 예측하기가 쉽지 않으며 향후 한미 협상을 통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반도체 기업이 관세 우대를 받으려면 미국이 만족할 내용의 투자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대만과의 반도체 관세 합의를 소개하며 "우리 상무부가 그들의 (투자) 계획을 승인하면 그들은 그 수량의 2.5배만큼의 반도체를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 주도권이 트럼프 행정부에 있다는 의미를 내포했다.
러트닉 장관은 대만의 TSMC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인 작년 3월에 1천억달러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거론하면서 "난 이제 TSMC가 더 크게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