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AI 반도체 시장은 'GPU 제국' 엔비디아와 '탈(脫) 엔비디아'를 꿈꾸는 빅테크 진영 간의 치열한 전쟁터다.
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혼전 속에서, 여의도 투자자들은 골치 아픈 홀짝 게임 대신 '전쟁의 양쪽 진영을 모두 소유하는' 스마트한 ETF로 눈을 돌리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 선 상품은 KODEX 미국 AI 반도체TOP3 플러스 ETF이다.
'미국 AI 반도체 Top 3 플러스' 전략은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으로 공격 진영을 구축하고, TSMC로 후방을 지키는 완벽한 '공수 겸장'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 1단계 공격: "창과 방패를 다 산다"... 엔비디아 & 브로드컴 '양동 작전'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ETF의 핵심 전략은 '시장 지배력의 분산'이다. 포트폴리오의 최전방에는 엔비디아(21.6%)와 브로드컴(17.8%)이 포진해 있다.
이 구성은 AI 칩 시장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커버한다.
▲엔비디아의 GPU 독주가 지속될 경우, 21%에 달하는 엔비디아 비중이 수익률을 견인한다.
▲반대로 구글(TPU), 메타 등 빅테크가 자체 칩(ASIC) 비중을 늘릴 경우, 전 세계 ASIC 시장 1위이자 구글 TPU의 핵심 파트너인 브로드컴의 주가가 오르며 포트폴리오를 방어한다.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하나에만 '몰빵'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고, 그렇다고 엔비디아를 빼는 건 수익을 포기하는 셈"이라며 "GPU 1등과 ASIC 1등을 동시에 담는 것이 2026년 반도체 투자의 정석"이라고 분석했다.
◇ 2단계 방어: "누가 이겨도 생산은 내가"... TSMC라는 '안전판'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전방에서 점유율 경쟁을 벌인다면, 그 뒤에는 든든한 '안전판'이 버티고 있다. 바로 전체 비중의 20.6%를 차지하는 파운드리 절대 강자 TSMC다.
이 ETF가 '무적의 포트폴리오'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도, 브로드컴이 설계하는 구글의 TPU도 결국 생산은 TSMC의 몫이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방에서 누가 승기를 잡든 상관없다.
AI 칩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칩 주문량은 늘어나고, 생산 길목을 독점한 TSMC의 실적은 우상향하기 때문이다. '공격수(엔비디아·브로드컴)가 골을 넣으면 좋고, 못 넣어도 경기장 주인(TSMC)은 돈을 버는' 구조를 완성한 셈이다.
◇ 3단계 히든카드: HBM 너머 'AI 스토리지'까지... 샌디스크 주목
공수 균형을 맞춘 뒤에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틈새 수익'까지 노렸다.
시장이 HBM(고대역폭메모리)에만 열광할 때, 이 상품은 'AI 데이터 저장(Storage)'의 핵심인 샌디스크(SNDK, 4.5%)를 편입해 차별화를 뒀다.
AI 학습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초고속 데이터 입출력이 가능한 기업용 SSD와 차세대 낸드(HBF)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상품은 레거시 반도체를 덜어낸 자리에 샌디스크와 고속 연결(Connectivity) 솔루션 기업인 크레도(CRDO) 등을 채워 넣어, '연산-설계-생산'에 이어 '저장-전송'까지 이어지는 AI 밸류체인을 빈틈없이 장악했다.
이 상품은 Akros U.S. AI Semiconductor Top 3 Plus Index를 기초지수로 추종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존 반도체 ETF들이 인텔 같은 구형 기업들을 억지로 담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상품은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종목들로만 압축했다"며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고, TSMC로 변동성을 줄이는 전략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