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새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7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장중 1,470원선까지 돌파했습니다.
외환당국의 강력한 구두개입이 있었던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데요.
정부가 연이은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고환율엔 백약이 무효한 모습입니다.
경제부 김예원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지난주까지만 해도 1,460원선은 강하게 막혔는데, 오늘은 장중 10원 넘게 급등했습니다. 배경이 뭡니까?
<기자>
네, 오늘 원·달러 환율은 1,461.3원에 출발한 뒤 상승 폭을 빠르게 키우며 장중 한때 1,470원을 터치하기도 했습니다.
엔화 급락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겹치며 원화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밤, 일본의 조기 총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엔화가 약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는데요.
조기 총선을 통해 다카이치 총리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 경우,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원화가 엔화 약세에 동조하며 당시 새벽 장중 환율이 1,460원까지 올랐고요. 그 여파가 오늘 장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장 초반 미국 검찰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100선에 근접하던 달러인덱스는 약세로 전환됐지만,
엔화 급락이 달러 약세 흐름을 멈춰 세운 모습입니다.
여기에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 심리도 커졌습니다.
특히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중동 리스크가 커질 때 원화가 더 취약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고요.
아울러 이날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500억 원 어치를 순매도한 점도 환율 상방 압력을 키웠습니다.
<앵커>
대외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원화 약세가 유독 두드러진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구조적인 달러 수급 쏠림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초 수입업체들의 달러 매수 수요가 늘어난 데다,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 투자도 다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19억 4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 8,000억 원 넘게 순매수했습니다.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1월 초 기준 최대치고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43%나 급증한 수준입니다.
연말에는 높은 환율 부담과 세제 요인으로 주춤했던 투자 수요가 새해 들어 다시 살아난 모습인데요.
정부가 지난해 말 국내 복귀 자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내놨지만, 투자 열기를 잠재우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런 수급 요인을 고려할 때 전문가들은 당분간 1,450원 안팎의 고환율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 외환당국, 환율 안정화를 위해 이제 꺼낼 만한 카드는 다 꺼낸 겁니까? 추가로 조치에 나설 부분들이 있나요?
<기자>
네, 지난 8일 경제·금융당국 수장이 모여 강력한 외환시장 안정 의지를 재확인했죠.
원화 약세를 완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건데요.
시장의 관심은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쏠려 있습니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가 재가동됐다는 소식에 환율이 한때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요.
올해 들어서는 환헤지가 어느 수준에서 작동하는지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달 말 예정된 미 연준의 금리 결정 등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국민연금이 당분간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앞으로 달러 방향성이 보다 뚜렷해질 경우, 국민연금이 더욱 적극적으로 헤지 물량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남아 있습니다.
<앵커>
최근엔 서학개미에 이어서, 달러 예금이 급증하는 부분도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던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지난해 10월부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데요.
특히 연말과 비교해보면 연초에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이 8억 달러 가까이 급증했는데요.
환율을 1,450원으로 적용하면 1조 1,300억 원가량 늘어난 셈입니다.
개인과 기업 모두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과 동시에 저가 매수 수요가 유입된 영향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당국은 연초 은행권에 달러 예금과 관련한 과도한 영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개인과 기업의 달러 실수요가 이미 큰 상황에서, 은행권이 추가적으로 달러 매수를 부추기지 말아달라는 취지입니다.
이밖에 당국은 은행권 달러 예금 잔액의 약 70%를 차지하는 수출기업들의 달러 자금 환전을 유도하기 위해, 수수료와 이자율 우대 등 다양한 방안도 논의 중입니다.
다만, 당장의 환율 흐름을 꺾을 만큼의 강력한 개입 신호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데요.
시장은 이번 주 목요일로 예정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설명회에서 환율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경제부 김예원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차제은, CG: 서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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