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출 규제에 더해 갭투자까지 막히자 부동산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한 규제가 되레 매물을 잠그고 가격을 치솟게 만들어서다. 문제는 오르는 곳은 따로 있고, 그마저도 내리는 곳과의 격차는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 아파트 700채를 팔아도 강남 아파트를 못 살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단순 상급지 선호로 인한 양극화 현상이라고 넘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지방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이 극심해지면서 도산한 지역 기반 건설사들이 적지 않고, 금융위기 때나 늘어났던 주택연금 가입자수도 증가세다. 양극화를 넘어선 초양극화, 그 이면에 도사린 위험을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과 짚어본다.
Q. 연이어 발표된 부동산 규제에 대한 평가.
모든 대책들이 집값이 왜 오르는지, 그 원인에 대한 대책이라기보다는 무조건 과열되는 시장에 사는 구매력을 낮추겠다라는 취지가 강합니다. 구매 심리라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줘야 대책이 끝났을 때도 (효과가) 이어질 수 있는데, 그것보다는 당장 (집을) 못 사게 만드니까 오히려 (나중에 시간을 두고) 살 수 있는 사람들도 빨리 시장에 진입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 같아요. 거래량은 굉장히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른) 호가 위주로 거래되는 지역들이 많다 보니까 대책 발표 이후에도 매매 가격, 전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오히려 전세시장에서도 월세로의 전환 때문에 주거비용이 굉장히 과다하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Q.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도 풀어줘야 하나.
사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을 너무 길게 잡아놓긴 했어요. 내년도 말까지 37곳이 유지가 돼야 하는데 해제가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죠. 다만 37곳을 지정했을 때 당장에 과열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열되는 지역을 지정했을 때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지역까지도 미리 지정을 했단 말이에요. 그들 지역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도 과열되지 않았고, 지정이 된 이후에 오히려 더 이전보다도 거래량이라든가 가격 같은 것들이 지속적으로 하락을 하는 추세를 보인다면 그런 지표를 근간으로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지역을 갑자기 해제한다거나 아니면 한 번 지정했으니까 끝까지 밀고 가는 것보다는 한국부동산원의 가격 지표라든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지수 이런 것들을 좀 살펴보고 그게 굉장히 안정적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들은 (현재로선) 굉장히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지역들은 일부 해제 쪽으로 좀 신중하게 검토를 해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Q. 공급 대책도 나오긴 했다.
과거의 방식으로 공급 계획을 세우면 안 된다는 것을 (수요자들의 저조한 반응이)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제는 수요자들이 신축이면 무조건 따라서 거기를 산다거나 하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인구 구조나 사회 구조가 많이 변화하면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작년과 올해 굉장히 명확하게 가격이나 거래량으로 보여줬어요. 그 지역들의 공급이 원활하게, 빠르게 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줘야 시장에서도 기다리면 나오겠구나 하고 반응할 텐데, 사실 그런 지역은 재건축·재개발밖에 답이 없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번 9월에 나왔던 공급 대책은 오히려 (민간 주도의) 재정비보다는 3기 신도시라든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중심의 빠른 공급을 하겠다 이런 식으로 발표하다 보니까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서 반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하지만 민간에게 맡기면 불확실성이 더 크지 않나.
민간이라기보다 지역이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지금 강남3구, 그리고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그런 지역들 위주로 굉장히 선호도가 높아졌는데 사실 LH가 그 안에서 주택을 공급할 만한 땅은 없거든요. 거기는 대부분 민간이 땅을 가지고 있고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도시정비사업을 통한 신축이 나와줘야 되는데 그 얘기가 (9.7 대책에서는) 거의 없었어요. 따라서 지금은 어느 곳에 어떤 식으로 공급하는지가 중요하지 무조건 신축이라고 해서 반응하는 시대는 지났다.
Q. 내년 금융권 대출이 풀리면 어디가 먼저 반응할까.
공급 부족이 올해까지는 그래도 신규 입주 물량이 평년 정도 수준으로 공급이 됐기 때문에 그냥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심리적인 우려였다면, 내년부터는 공급 부족이 본격화되거든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선호 지역 위주로의 수요가 쏠리고 있는데 정작 거기엔 공급을 할 방도가 없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지속되기 때문에 올해 같은 상황들이 내년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고요. 특히 학군지라든가 선호도 높은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그런 곳들은 물량이 역대급으로 부족해지면서 매매가격이 오르고 전월세도 급격히 상승하는 상황들이 발생할 것 같아요. 반면에 지금 가장 공급이 많은 대구를 예를 들면 워낙에 매물이 많으니까 그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 거예요.
Q. 지방 부동산 침체가 계속된다면 어떤 부작용이?
지금 근본적인 문제가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데 출산율은 대도시일수록 낮거든요. 전국 합계 출산율이 0.7명대인데 서울은 0.5명대예요. 앞으로 청년들이 계속 서울로 몰려들면 출산율은 더 낮아질 수 있고요. 상황이 이런데 주택이라는 게 완전 자산화됐거든요. 그래서 지방에 거주를 하면서도 내가 소유를 할 때는 지방 부동산을 소유하면 답이 없다고 생각해서 서울 쪽으로 전부 이동을 하고 있잖아요. 이대로 두면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것을 넘어 래미안 원베일리나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는 평당 2억이 아니라 평당 10억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봅니다. 반대로 지방은 가뜩이나 인구도 줄어드는데 거기 사는 사람조차 그 지역의 아파트를 매입하지 않는다면 결론적으로는 거의 국가 소유가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방법은 주택연금 밖에 없는 거예요. 그거를 현금화하려면. 그러면 (국가 부담이) 늘어나게 되겠죠. 모든 연금이 그렇듯이 국민연금도 이제 앞으로는 못 받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주택연금도 이대로 간다면, 만약에 그걸 활용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점점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혜택이) 안 좋아질 수 있겠죠. 그래서 이제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쪽을 어떻게 살릴지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고요. 지역 균형 발전이 무너지면서 (자산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 수도권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다 불안해지는 거거든요. (서울의 경우) 가격이 계속 치솟고 주택난에 교통체증까지 심해지면 글로벌 도시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지방은 아예 자산가치가 없어지니까 역시 국가 경쟁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Q. 벌써 네 번째 대책 발표를 앞둔 정부에게 한 마디.
구매력을 강제적으로 낮추는 것은 반대로 구매 심리를 더 크게 만들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규제와 동시에 구매 심리를 낮출 수 있는, 공급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공급 계획이 굉장히 쌓인 게 많거든요. 그 공급계획들이 지금 어떤 게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도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해요. (여태까지 나온) 방대한 공급 계획들이 지금 어느 정도 수준까지 실제로 공급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기다리면 3기 신도시든 아니면 LH 매입형 신축 임대든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 기다리면 나오는지를 명확하게 정리를 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고요. 가장 중요한 건 재정비 사업이거든요. 지금이라도 이것을 바로 잡지 않으면 영원히 우리는 서울 핵심지 외에는 재건축을 못하는 거예요. 서울 강남권이라든가 여의도 용산 같은 데는 그냥 두더라도 잘 되지 않는 곳들, 예를 들면 조합원 분담금이 높아서 사업이 지연되는 곳들은 그런 비용들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현실적으로 고민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너무 단기 공급 대책보다는 재정비 사업을 장기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들, 지금 과도하게 잡혀있는 공사비 같은 것들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그런 부분을 시공사랑 같이 협업해서 샘플로 공급을 해본다거나 그동안 발표했던 대책들을 정리해주면서 신뢰도를 회복하고,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문제를 풀 수 있는 로드맵까지 완성시키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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