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2년 차를 맞은 경기 5070 그레잇잡투어는 지난 1년 동안 권역형 대형 박람회 2회, 시군 순회형 박람회 24회를 운영해 참여자 20,300명, 면접자 11,990명, 취업자 1,000여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참여자 218%, 현장면접자 176%, 취업자 214% 증가한 수치로, 최근 경기 둔화와 중장년층 고용여건 악화로 재취업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재단의 현장 중심 운영과 시군 협력 강화가 맞물리며 사업은 경기도 중장년 고용지원의 대표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내년 3월까지 참여자 사후관리를 지속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경기도일자리재단·평택시·안산시 일자리 담당자들을 만나 그레잇잡투어의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Q. 경기 5070 ‘그레잇잡투어’ 브랜드를 만든 이유는?
<경기도 김민지 주무관>
작년까지는 ‘실버’, ‘어르신’ 같은 표현을 썼는데 이 용어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주로 복지와 돌봄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다 보니, 중장년의 역동성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중장년들의 경험을 상징하는 회색머리 ‘그레이(Gray)’에 ‘주목받는’을 뜻하는 ‘it’을 더하고 31개 시군을 도는 일자리 투어(job Tour) 개념을 합쳐서 ‘그레잇잡투어(Gray It-Job Tour)’ 라는 명칭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투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습니다. 경기도 31개 시군을 모두 순회하며 박람회를 개최하겠다는 의미이자, 지역 간 고용 기회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도내에는 산업단지와 다양한 기업이 곳곳에 있어 실제 일자리 기회는 충분하지만, 시군별 정보 접근성의 차이 때문에 주민들이 그 기회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정보의 간극’이 결국 고용 격차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직접 시군을 찾아가 중장년에게 필요한 정보와 기회를 연결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5070’이라는 명확한 대상층 브랜드를 만들어 중장년 분들이 “이건 나를 위한 박람회구나” 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초기에는 중장년 분들이 편하게 둘러보러 오는 정도였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면접 복장으로 준비해오고 서류를 챙겨오는 등 참여자들의 태도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처음엔 기대치가 낮지만, 현장에서 중장년 분들의 열정과 의지를 직접 보고 인식이 많이 달라집니다. 또 기업 부스마다 큰 글씨의 채용 게시대를 설치하고, 휴게 공간·대기 의자 등 중장년 관점을 고려한 구성으로 접근성과 체감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시군을 돌며 기업과 기관들과 꾸준히 협업해 “고용이 가능하다”는 인식도 넓혀가고 있습니다. 결국 이 박람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기업과 중장년 모두의 인식을 바꾸고 연결을 만드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Q. 박람회 운영 방식이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들었습니다.
<경기도일자리재단 박상원 과장>
저는 그동안 주로 청년 정책과 청년 사업을 맡아왔기 때문에, 이번에 처음으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실제 구직 수요가 얼마나 될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나가보니 “중장년만을 위한 박람회를 열어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어요. 일반 박람회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껴왔기 때문이죠. 그 이야기를 듣고 중장년층의 구직 수요가 정말 크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정책적으로도 청년 중심 지원이 많다 보니 중장년층이 ‘샌드위치 세대’처럼 느껴졌을 텐데, 앞으로 이층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고 지원도 더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저희 박람회는 권역 단위 행사 2회, 시군과 함께한 행사 24회 등 총 26회를 진행하며 시군 순회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 방식이 접근성이 좋아 인접 시군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했고, 같은 분이 여러 장소에 다시 찾아올 정도로 취업 의지가 강한 분들이 많다는 점을 현장에서 느꼈습니다. 덕분에 저희도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실질적인 취업 연결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올해는 시군뿐 아니라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도 협력해 소상공인 판매전과 연계한 박람회를 마련하는 등 협업 모델도 다양하게 구축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사업 운영 틀과 실무 노하우가 많이 정리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도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가려 합니다.
또한 ‘경기도 5070 일자리박람회 ― 경기 5070 그레잇잡투어’라는 브랜드도 새롭게 구축해 홍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시군에서는 지역 상황을 가장 잘 알고, 경기도와 재단은 광역 단위에서 지원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만큼, 서로의 강점을 살려 업무를 분담하고 협력하는 체계도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협업과 경험이 끊기지 않고 이어져서, 앞으로도 중장년층에게 실질적인 취업 기회로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박람회 현장에서 참여자 만족도가 크게 올랐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무엇이 달라진 건가요?
<경기도일자리재단 남부교육팀 김정희 팀장>
가장 큰 변화는 ‘운영 방식 자체를 중장년 맞춤형으로 바꿨다’는 점입니다. 보통 박람회는 운영사가 들어오면 대학생 아르바이트 인력을 많이 쓰잖아요. 말 그대로 행사 진행만 맡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전담 취업상담사들을 박람회 전 기간에 걸쳐 배치했고, 그분들이 현장 운영의 핵심 역할을 맡았습니다. 재단은 5070 세대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상담사 인력을 중장년 세대로 구성했습니다. 그 결정이 현장에서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참여자분들이 이력서를 작성하다가 막히거나, 면접표 기재를 어려워하실 때 상담사들이 바로 옆에서 작은 불편을 즉시 캐치해서 도와드렸습니다. 이게 말은 간단하지만 중장년층에게는 ‘누가 바로 도와준다’는 경험 자체가 심리적 문턱을 크게 낮춰주는 요소였어요. 그래서 실제로 만족도 점수가 초기 회차 대비 20점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저희 팀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수치가 이렇게까지 올라갈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이번 박람회는 전직지원 직업훈련 상담부터 교육 접수, 면접, 취업상담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패키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현장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받아 편의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이러한 방식은 중장년층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만족도 향상에도 직접적인 효과를 보였습니다.
Q. 평택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평택에서 진행한 박람회의 특징을 알려주세요.
<평택시 일자리센터 박정진 실장>
평택은 지금은 삼성전자 반도체로 도시 이미지가 강해졌지만, 원래는 도농 복합 도시였습니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논과 밭이 펼쳐져 있고, 예전에는 쌍용차와 현대·기아차 협력사 등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다 삼성전자가 들어오고 외투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일본계 반도체 기업들이 유입됐고, 약 4~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 도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박람회를 준비할 때에도 평택은 다른 시군보다 반도체 관련 기업 섭외가 활발한 편입니다. 삼성전자는 주로 공채 중심이기 때문에 직접 참여는 어렵지만, 파트너사와 1차 협력사, 일본계 반도체 업체들을 중심으로 섭외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아 채용규모가 줄어들면서 12월 19일 개최 예정인 평택시 2040 일자리박람회도 반도체 기업 참여율이 다소 낮은 상황입니다.
평택의 또 다른 특징은 물류 산업이 매우 발달해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 물류센터를 비롯해 쌍용차, 홈플러스 등 대형 물류센터가 대부분 평택에 위치해 있어 물류 분야 채용 수요도 꾸준합니다. 특히 지게차 운전 가능 인력을 찾는 물류기업이 많아 박람회에서도 해당 기업들을 적극 섭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평택 박람회는 반도체·물류·제조업을 중심으로 참여 기업 구성을 맞추며 지역 산업 구조에 맞는 채용 연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안산에서는 특히 참여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다고 합니다. 안산의 특징과 성공사례도 부탁드립니다.
<안산시 노동일자리과 주영미 주무관>
저희 안산시는 예전 반월공단, 현재 안산스마트허브 산업단지 내 50인 미만 중소기업들이 주로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평택처럼 대기업이 있는 지역이 부러운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코로나 시기에는 기업들이 인력을 줄이고 문을 닫기도 했는데, 상황이 안정되자 이번에는 구직자들이 몰리면서 일자리 문의가 폭증했습니다. 고용24 같은 통합 포털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2040 구직자 수요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일자리 발굴팀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발굴팀이 스마트허브 단지를 매일 직접 돌며 정부·지자체 지원 정책 자료를 기업에 안내했습니다. 단순히 “채용하십니까?”라고 묻기만 하면 거절당하기 쉬워서, 기업에 실제 도움이 되는 정보를 먼저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죠. 저 역시 관련 문서나 지원 정보를 발견하면 모두 발굴팀에 전달해 기업들에게 안내했습니다. 이렇게 신뢰를 쌓으면 기업들도 채용이 생길 때 저희에게 먼저 문의를 합니다. 다만 대부분 기업들은 처음에는 청년 채용을 희망합니다. 그럴 때 상담사들이 기업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중장년 구직자를 자연스럽게 추천하면서 채용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특히 50인 미만 기업들은 인력 수요가 항상 있지만, 구직자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는 결국 눈높이 차이에서 오는 문제입니다.
상담 과정에서 중장년 구직자분들께는 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과거의 조건을 그대로 기대하면 선택지가 좁아집니다. 새로운 직장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중장년층은 경력과 노하우가 장점이지만, 고집이나 기존 방식만을 고수하면 기업에서는 부담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결국 효율과 협업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마음가짐을 조금만 낮추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취업 전 컨설팅에서 마인드셋 조정을 적극적으로 안내해 왔고, 이러한 노력의 성과로 센터가 S등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경기 5070 그레잇잡투어 추진 과정에서 재단과의 협업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재단은 박람회 홍보와 현장 지원, 중장년 특화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시는 참여기업 관리 및 박람회 운영을 담당하며 역할을 명확히 분담했습니다. 이러한 협업 구조가 현장 대응력을 높이고 기업과 구직자 만족도를 끌어올리며 안산 지역의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Q. 실제 구직자들을 만나고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일자리 박람회 진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경기도일자리재단 남부교육팀 정인순 취업상담사>
남부권역 박람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예전에 대학종합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팀에서 함께 일했던 간호사 동료를 우연히 만났던 일입니다. 제가 담당하던 KB골든라이프케어 광교빌리지 간호사 채용 면접을 보러 오셨길래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저 역시 직업 전환을 통해 취업상담 지원 업무를 맡게 되었고, 그분도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중이었죠. 결국 현장에서 면접을 보시고 최종 채용까지 되셨는데, 같은 중장년 구직자로서 공감도 컸고 새로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제 일처럼 기뻤습니다.
또 인상 깊었던 참가자 반응도 있어요. 안산 박람회에서 한 참가자분이 “면접 볼 만한 일자리가 없다”며 격앙된 상태로 오셨습니다. 하지만 이력서를 하나씩 보며 희망 직무를 다시 상담해보니 병원 환자 이송이나 세탁·린넨실 업무가 잘 맞을 것 같아 현장에서 바로 면접을 연결해 드렸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용기를 내셨고, 결국 채용까지 이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불만을 제기하시던 분이 마지막에는 “박람회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씀하셨을 때,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50세는 준고령자, 55세는 고령자로 분류되지만, 실제 고용 현장에서는 연령 때문에 위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경기도 5070 일자리박람회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박람회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중장년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실제로 많다는 사실,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가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점, 나처럼 새 출발을 준비하는 또래 구직자들이 많다는 활기와 분위기를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지난 10월 킨텍스에서 개최된 북부권역 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함께 정보를 나눌 커뮤니티가 사라져 외로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박람회장에서 또래 구직자들이 열심히 상담받고 면접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됐다. 용기를 얻고 돌아간다”고 웃었다.
중장년에게 일자리는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사회와 자신을 연결시켜주는 삶의 연결고리다. 경기도 5070 일자리박람회가 만든 이러한 성공스토리는 누군가에게 다시 한 번 사회와 연결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 경기도민들은 누구나 경기도와 경기도일자리재단 홈페이지에서 박람회 정보 및 각종 취업과 채용연계 프로그램 등을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