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티커명 BA)이 지난 10월 대규모 부실 자산을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한 뒤, 경영진의 새로운 실적 개선 가이던스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3분기 실적 쇼크 당시 선반영된 악재보다 향후 현금흐름 개선 가능성에 시장이 반응했다.
현지시간 2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보잉은 전 거래일 대비 10.15% 상승한 205.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19.5% 상승했으며, 지난 10월 말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깊어진 주가 하락을 딛고 200달러 선을 회복했다.
◆ CFO "회복 본격화"…2026년 흑자 전환 로드맵 제시
이날 보잉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은 제이 말라브 보잉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언이다. 록히드마틴, L3해리스 등 방산기업 재무 전문가로 지난 8월 보잉에 합류한 말라브 CFO는 UBS가 주최한 '글로벌 산업 및 운송 컨퍼런스' 대담에서 "보잉의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구체적 재무 전망을 제시했다.
말라브 CFO는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내놓지 못했던 연간 가이던스를 공개하며 “2026년 현금흐름은 확실히 전년 대비 성장할 것이며, 구체적으로 수십억 달러대 초반의 흑자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올해 20억 달러 상당의 적자를 기록하지만, 내년으로 이연된 7억 달러 규모의 미 법무부 벌금과 찰스턴·세인트루이스 공장 증설 투자를 감안하더라도 상업용 항공기 인도량 증가와 재고 소진, 운전자본 이득에 따른 현금마진 개선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초 사고 이후 미 연방항공청(FAA)의 감독과 제재로 인해 지연되어 온 여객기 생산과 인증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보잉은 항공당국의 규제 완화에 따라 3분기 월 38대였던 737 맥스 생산량을 현재 42대 수준으로 확대했다. 말라브 CFO는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출고는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며 “생산이 완전히 정상화되는 시점은 내년 1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연간 주력 현금 창출 기종인 737과 787 기종의 인도량이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3분기 대규모 적자의 원인이 되고, 월가에서 투자의견 하향의 근거로 삼았던 777X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반박이 이어졌다. 말라브 CFO는 “형식 검사(TIA) 3단계에 진입해 항공전자장비, 환경제어, 보조동력 장치 시험 비행에 돌입했다”며 당초 우려와 달리 예정대로 승인을 통과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보잉 737 맥스 10 기종의 인증 완료 시점은 2026년 하반기 마무리될 전망이다.
보잉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각국 국적 항공사들의 대규모 구매 계약으로 6,360억 달러 규모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지난 11월 에어쇼에서 맺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의 방산 패키지 딜을 비롯해 올해 터키와 우리나라 등에서 각각 100여대 이상의 여객기 구매 계약의 수혜를 보기도 했다.
스타라이너 우주부문의 사업 악화로 인해 위태롭던 방산 부문도 돌파구를 찾았다. 지난 3월 백악관이 공식 발표한 미 공군 F-47 프로젝트의 수주 주체로 초기 단계의 엔지니어링, 제조 계약 등 200억 달러, 우리 돈 29조 원 상당의 수익을 확보하게 됐다. 미국의 국가 안보 차원의 차세대 유무인 복합 항공기 체계 개발을 전담하고, 기존 헬기 사업 등에서도 수주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 월가, 생산 정상화 긍정 평가…재무 건전성 회복이 관건
월가는 보잉의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27개 분석 기관 중 매수 또는 강력 매수 의견을 낸 비율은 약 80% 수준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11월 누적 인도량이 30대를 기록하는 등 737 생산 정상화가 진행 중"이라며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257달러를 유지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777X 관련 비용 반영에도 불구하고 2028년에는 프로그램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 235달러를 제시했다.
다만 높은 부채 비율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보잉의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108% 수준으로 재무 건전성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말라브 CFO는 "현금이 확보되는 대로 2026년 상반기 도래하는 80억 달러의 부채 상환을 최우선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