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미국에서 사라진 일자리가 110만건, 2020년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보고서는 6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심리를 급격히 냉각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미국의 비공식 고용 지표가 더해지며 투심을 자극한 것이다.
이날 고용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중 미국의 일자리는 15만3,074개가 사라졌다.
이는 9월(5만4,064개 감소) 대비 183% 급증한 수준이며, 10월 기준으로는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일자리 감축이다.
올해 누적으로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 규모는 총 11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65% 증가했는데, 이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고치다. 특히 10월은 2008년 이후 4분기 기준 최대 감원 규모였다.
앤디 챌린저 최고수익책임자(CRO)는 "2003년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파괴적인 기술이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부 산업은 팬데믹 이후 나타난 '채용 붐' 이후 (채용 규모의) 조정 양상이지만, 이 같은 조정이 AI 도입, 소비자 및 기업 지출 약화, 비용 상승이 긴축과 채용 동결을 주도하는 시점에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심플리파이 자산운용의 마이클 그린 최고전략가는 "챌린저의 보고서는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줬고, 노동시장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지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약화하고 있다는 전망을 키웠다"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고용 시장 통계는 최근 주요 빅테크들이 잇달아 대규모 감원을 발표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은 지난달 말 1만4천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올해 7월 9천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그뿐만 아니라 UPS와 타깃 등 다른 산업군에서도 감원 바람이 확산하면서 소비 대목인 연말을 앞두고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아직 경보를 울리지는 않고 있지만 시장은 고용 상황 악화를 보여줄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직 사이트 인디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코리 스탈은 운송과 소매업 등 비(非)기술 부문의 추가적 해고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 분야의 감원이 "정말로 걱정하기 시작해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결정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발표됐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정부 공식 고용지표 발표가 한 달 넘게 지연되는 가운데 나온 결과다.
연준은 다음달 9∼10일 올해 마지막으로 FOMC 회의를 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2월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29.1%로 전날 38.0%에 비해 하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