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협상 6년 만에 타결됐다.
아세안 자동차 시장 2위 국가인 말레이시아와의 FTA 타결로 완성 전기차 SUV 관세가 30%에서 15%로 낮아지는 등 우리 기업의 수출 기반이 확대됐다.
다만 민감한 농수산물 수입에 대한 추가 개방은 하지 않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27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뜽쿠 자프룰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과 FTA 타결을 확인하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며 협상 타결을 공식화했다.
이번 협정은 한국의 27번째 FTA이자, 아세안 국가 중 싱가포르·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필리핀에 이은 6번째 양자 협정이다.
한국은 이미 말레이시아와 한-아세안 FTA(2007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2022년)을 맺고 있지만, 자동차와 철강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개방 수준은 낮았다.
2019년 협상이 시작됐지만 중단됐다가, 지난해 3월 재개됐으며 6차례 공식협상을 거쳐 6년만에 이번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타결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양자 FTA는 기존 협정보다 폭넓은 개방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보완하는 전략적 보완협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FTA로 우리나라는 전체 품목의 94.8%를, 말레이시아는 92.7%를 자유화하게 됐다.
말레이시아는 682개 품목, 우리나라는 288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한-아세안 FTA 및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대비 추가 인하 또는 철폐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FTA로 전기차·자동차·철강 등 국내 기업들이 개방을 요구해온 핵심 산업에서 시장 진출 여건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전기차의 경우 CKD(완성차 조립용 부품세트) 전기차 세단과 SUV의 관세 10%가 철폐됐고, 완성전기차 SUV의 관세는 30%에서 15%로 절반이 감축된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지만 자국 기업의 점유율이 60%가 넘어 우리 브랜드 판매량은 저조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적극 추진 중이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번 FTA를 계기로 우리 기업들의 전기차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전기차 외에도 가솔린, 하이브리드, 디젤CKD 자동차 관세도 전반적으로 인하됐다.
특히 RCEP를 통해 철폐되고 있는 가솔린 CKD 자동차의 관세가 연도별로 1~3%포인트씩 추가 인하되고, 하이브리드·디젤 CKD 자동차의 경우 RCEP에서 양허되지 않은 품목들의 관세를 8%에서 4%로 감축했다.
철강의 경우 냉연·도금강판 등 9개 품목 관세 5%를 철폐하고 열연 등 12개 품목 관세를 15%에서 10%로 감축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 철강을 수입하는 경우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명문화했고 무관세 혜택 관련 말레이시아 법령이 변경되더라도 다른 나라와 차별하지 않는 최혜국 대우도 함께 명시했다.
우리나라가 말레이시아에 많이 수출하는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화학제품 관세도 철폐해 수출 판로 확대가 기대된다.
바이오원료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팜산유 등 바이오원료의 잔여 관세도 철폐됐고 요소수 등 관세 철폐 기간을 RCEP 대비 단축해 공급망 안정성도 강화한다.
반면 국내 민감도가 높은 농림수산물 대부분은 추가 개방하지 않고, 두리안·파인애플·바나나 등 열대과일과 가리비·조제어류 등 수산물 위주로 양허해 국내 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했다.
원산지 분야에서는 주력 수출품의 역외산 재료 허용 범위를 확대하되 민감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유지했다.
자동차 부품·배터리·화장품·화학제품 등 우리 경쟁력이 높은 수출품은 RCEP 대비 완화된 기준을 반영해 FTA 관세 혜택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 라면·커피 조제품·아이스크림 등 수출 잠재력이 있는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역외산 재료 허용 범위를 확대해 보다 쉽게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서비스·투자 분야에서는 말레이시아 FTA 최초로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해 자유화 수준을 높였다. 또 현행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유화 역진방지 장치' 규범도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관심 분야인 전기차 등 일부 자동차 조립·제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지분 제한도 철폐돼 우리 관련 기업의 말레이시아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협상 타결 선언 이후 법률 검토와 협정문 국문 번역 등 정식 서명을 위한 절차를 조속히 완료할 것"이라며 "정식 서명 이후 국회 비준 동의 등 협정 발효 절차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