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00억달러(약 500조원)의 대미 투자 펀드를 놓고 한·미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관세협상이 오는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8월 25일 이 대통령의 방미 이후 약 두 달 만에 이뤄지는 한미 정상회담이다.
양국 정부 모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한미 관세 협상의 마무리를 위한 결정적 계기'로 인식하고 있지만 일부 안건에서 여전히 상당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확인한 만큼 현재 한미 양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한국 대미 투자펀드와 관련해 직접투자 비중, 투자 기간, 이익 배분 구조 등을 놓고 막판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양국은 지난 7월 30일 한국이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예고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지만 투자펀드 세부 사항에서 의견이 엇갈리며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한국은 3,500억 달러 중 5% 이내만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는 대출과 보증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미국이전액 직접 투자, 즉 선불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경제 규모상 3,500억달러 일시 투자는 불가능하다는 점은 미국에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이 1년에 쓸 수 있는 금액은 최대 150억∼200억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 중 한국이 불확실성 확대를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단기 외교 이벤트를 넘어 한국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협상과 투자 패키지 구조가 확정되면 외환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합의가 늦어지면 환율 급등과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정치적 명분이 필요한 만큼 절충점을 찾을 여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전용기 안에서 한·미 관세협상을 두고 "타결에 매우 가깝다"면서 "그들이 준비가 됐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교착상태에 있던 관세협상이 급속도로 진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APEC 정상회의 때 한·미 간 관세·안보 협상을 포괄하는 '조인트 팩트 시트'(Joint fact sheet, 공동 팩트 시트) 형태의 합의문이 발표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위 실장은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관세협상이 집중적으로 조정해서 조금 좁혀졌지만 여전히 주요 쟁점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적 합리성', 그다음으로 '국익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협상하라’' 상당히 강한 훈령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 때 관세와 안보 양쪽을 다 완결지어서 한꺼번에 발표하고 싶었는데 안보 쪽은 (합의가) 됐지만, 관세 쪽이 미진해 발표를 보류했다"면서 "이번에 관세 쪽이 잘 되면 한꺼번에 나올 수도 있고,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팩트 시트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하는 형태도 있고, 조인트 팩트 시트도 있다"며 "조인트 팩트 시트는 서로 합의해 마련하는 공동의 문서로서 이 역시 합의 문서와 같다. 아니면 다른 MOU(양해각서) 형태의 합의 문서를 만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