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이 시아누크빌 범죄단지에서 탈출한 국민에게 즉시 도움을 주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 4월 범죄단지를 빠져나온 뒤 무작정 걸어서, 때로는 현지 차량을 얻어 타며 14시간 만에 프놈펜 대사관에 도착했으나 근무 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장이 거부됐다.
연합뉴스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는 A씨가 "대사관 앞까지 왔는데 들어갈 수 없나", "지금 바로 들어갈 수 없나", "안에만 있을 수 없나. 주차장에라도"라며 대사관 앞에서 전화로 들여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사관 관계자는 "저희 대사관이 오전 8시에…(문을 연다)"라고 답하고, A씨가 계속해서 애원하자 전화를 다른 관계자에게 바꿨으나 또 다른 관계자도 결국 입장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여러 번 범죄단지에서 감금 피해를 당했다고 설명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고, 대사관 인근에서 2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마침내 업무를 시작한 대사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A씨는 캄보디아에서 주식 관련 일을 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글을 보고 갔다가 감금과 폭행을 당하며 불법적인 일을 하거나 3천만원을 내놓으라는 협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범죄단지 탈출 전 옷 속에 숨긴 휴대전화로 대사관에 구조 요청 문자를 보내기도 했으나 대사관은 정확한 위치와 사진을 요구했고, 감금 상태에서는 이를 제공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는 '차라리 죽겠다'는 마음으로 탈출을 감행, 밤새 걷고 히치하이킹을 해가며 프놈펜에 있는 대사관에 도착했다.
그는 중간중간 승합차가 도로를 지나가면 풀숲에 숨고, 다시 잡혀가면 누군가가 신고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얼굴이 나오도록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했다.
A씨는 운 좋게 범죄단지에서 빠져나왔지만, 대사관의 대응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