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새로운 관세 압박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들에 미국 내 생산량과 해외 수입량을 1대 1 비율로 맞추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비율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해당 기업은 관세 부과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예컨대 기업 A가 미국에서 반도체 100만개 생산을 약속하면 동일 수량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는 곧 미국 내 공장 건설 및 생산 가속화가 필수 조건이 된다.
WSJ은 제도 초기에는 기업 적응을 고려해 완화나 유예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WSJ은 이 규제가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 대만 TSMC처럼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기업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애플, 델 테크놀로지스 등 전 세계 반도체가 섞인 제품을 수입하는 IT 기업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도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패키징 기지를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투자가 향후 협상에서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구상은 사실상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백악관 행사에서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직접 공장을 짓는다면 예외"라고 밝힌 바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역시 최근 주요 반도체 기업 CEO들과 이번 구상에 대해 논의했으며, 소식통들은 그가 "경제 안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첨단 기술이나 전문 반도체 제품은 미국 내 생산 여건이 쉽지 않아 시행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WSJ은 결국 이번 움직임이 기업들로 하여금 더 많은 ‘미국산 반도체’를 구매하도록 압박하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