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제21차 인천 아시아건축사대회 특별강연자로 나서 "기존의 신도시가 4인 가족 대상의, 자동차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대규모 택지에 개발됐다면 앞으로의 도시는 늘어나는 1~2인 가구는 물론 삶의 방식이 달라진 청년 세대에 맞춘 '컴팩트시티'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을 차례로 지낸 김세용 고려대 교수는 학계와 공공기관, 정부 정책 자문기구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도시계획·주택 정책 분야 전문가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활동을 통해 국가 정책 수립에 참여했으며, 개혁을 앞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차기 사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컴팩트시티는 말 그대로 도시를 컴팩트하게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주거와 업무, 상업 시설 이용, 여가 생활 등 도시의 주요 기능을 한 곳에 갖춰야 하기 때문에 도심 접근성이 우수한 입지에 고밀 개발된다는 특징이 있다. 대규모 택지가 없는 서울에서는 저이용 공공시설부지를 재정비하는 형태로 개발이 가능하다. 북부간선도로 입체화 사업으로 조성되는 인공대지에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신내 컴팩트시티, 버스차고지를 이용한 장지·강일 컴팩트시티, 빗물펌프장 부지에 들어선 연희·증산 컴팩트시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세용 교수는 SH공사 사장이던 시절 이같은 컴팩트시티를 구상해 성공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이후 정권을 막론하고 컴팩트시티를 표방한 주택 공급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8.16 공급대책에서는 3기 신도시 GTX역 주변에 컴팩트시티를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고, 이재명 정부도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수도권 노후시설과 유휴부지를 재정비해 오는 2030년까지 3만8천가구를 착공한다고 밝혔다.
김세용 교수는 "서울에 개발할 수 있는 버스 공영차고지만 32곳"며 "원래는 도시 외곽에 위치했었지만 지금은 도시가 커져서 주택 단지로 둘러싸여 있는 형태가 됐는데, 이들 차고지를 지하로 가라앉히고 상부에 주택과 녹지 공간을 마련하면 차고지 주변 거주자들의 단골 민원인 소음과 매연은 물론 빛 공해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존 신도시는 주인이 있는 토지를 수용해 개발해야 하는 만큼 막대한 보상금이 들지만 이런 도심 내 공공시설부지를 이용하면 땅값이 제로"라며 "여기에 모듈러 공법을 이용하면 공사 기간 동안 혼잡을 막을 수 있고, 세대수를 늘릴 수록 건설비도 절감된다"고 말했다.
갈수록 인구 구조가 1~2인 가구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는 신도시를 확산하기 보다는 그동안 만들었던 도시를 더욱 촘촘하게 재구조화하기 위한 공간 발굴도 제언했다. 노후 공공청사 개발 시 주민센터나 구청 뿐 아니라 소방서와 경찰서 부지도 훌륭한 주택 공급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공공시설 대부분은 역세권 우수 입지에 자리했다"며 "소방서나 경찰서의 경우 사이렌 소음 등을 걱정할 수 있지만 창호만 보완해도 소음은 완벽하게 차단되며, 특히 여성에겐 안전하게 거주 가능한 최적의 환경"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생각을 달리하면 역세권에 얼마든지 양질의 저렴한 주택 공급이 가능한 만큼 특별법 제정 등의 조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