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역사적 정점을 넘어섰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조정치 기준으로도 1980년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지난 9일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 한때 온스당 3천674.27달러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다만 11일 기준 종가는 3천634.07달러로 소폭 내려갔다.
금 현물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약 5% 올랐고, 올해 들어선 거의 40% 상승했다. 올해에만 30번 넘게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지난달 말 시작한 랠리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조정한 사상 최고가 기록도 뛰어넘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종전 기록은 1980년 1월 21일 세워진 850달러로 이를 현재의 물가로 환산하면 약 3천590달러에 해당한다.
최근 금값 랠리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 무역 전쟁, 감세 정책, 그리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강한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블룸버그는 1970년대 초에도 이와 유사한 역학 구도가 펼쳐졌다고 짚었다.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연준에 저금리를 압박하면서 달러 가치는 떨어졌고, 석유 파동까지 벌어진 끝에 1980년 1월 금값은 850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 시기는 통화 가치가 폭락하고 물가가 치솟는 한편 경기 침체가 시작되며 미국이 고전하던 때였다.
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이란의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 자산을 동결했는데 그러자 두 달간 금값이 2배로 뛴 끝에 결국 850달러까지 올랐다.
다만 최근의 상승세는 1980년의 급등과 급락이 아니라 훨씬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 이번 금값 랠리가 물가와 통화 가치 하락을 막는, 수세기나 된 헤지(위험 회피 수단)로서 금의 자격을 한층 더 강화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라톤 리소스 어드바이저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로버트 멀린은 "금은 수백년간 역사적으로 그런 역할을 해온 독특한 자산"이라며 "자산 관리자들은 재정 적자 지출 규모를 우려하고 중앙은행이 정말로 인플레와 싸우겠다는 우선순위와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는 시기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