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4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향년 91세.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룹은 "끝없는 슬픔 속에 창립자이자 창시자, 그리고 끊임없는 추진력이었던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사망을 알린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그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한 가운데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고 그룹이 전했다.
아르마니는 현대 이탈리아 패션 스타일의 대명사로 '우아함의 황제', '미니멀리즘의 거장'으로 불린다. 특유의 감각과 사업가의 통찰력으로 연간 약 23억 유로(약 3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이끌어 왔다.
아르마니는 지난 6월 밀라노 패션 위크도 건강상 문제로 불참했다. 이번 달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엔 조르지오 아르마니 패션 하우스 5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계획 중이었다.
AP통신은 아르마니가 밀라노 기성복계의 거장이라며 구조적이지 않은 디자인으로 패션계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아르마니는 1934년 7월 밀라노 남쪽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밀라노 백화점에서 창문 장식 보조로 일하며 패션계에 입문했다.
아르마니는 1975년 사업파트너이자 친구였던 세르지오 갈레오티와 함께 자신들의 폭스바겐을 1만 달러에 팔아 남성 기성복 브랜드를 만들었다. 여성복 라인도 1년 뒤 선보였다.
그는 안감이 없는 스포츠 재킷을 1970년대 후반 출시했는데 할리우드부터 월스트리트까지 반향을 일으키며 대성공을 거둔다. 이 재킷에 단순한 티셔츠를 매치한 것을 그는 이를 "패션 알파벳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표현했다.
여성을 위한 바지 정장을 도입한 것도 혁명적이었다. 어깨 패드가 달린 재킷과 남성용으로 재단된 바지로 구성된 이 '파워 슈트'가 1980년대 일터에 부상한 비즈니스 여성 계층의 상징이 됐다.
그는 2015년 자서전에 "나는 남성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고, 여성의 이미지를 강하게 만든 최초의 디자이너였다. 남성들을 여성의 원단으로 입히고 여성들이 원하고 필요로 했던 것, 파워 슈트를 남성들로부터 훔쳐 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아르마니는 기본적인 베이지와 회색 색상에 섬세한 디테일, 고급 소재, 밝은 색조를 더해 스타일을 부드럽게 발전시켰다.
숀 펜, 앤 해서웨이, 조디 포스터, 조지 클루니, 소피아 로렌, 브래드 피트 등도 아르마니의 오랜 애호가로 공식 석상에서 그의 옷을 자주 입었다.
현재 아르마니 그룹은 9천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 7개의 산업 허브와 6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회사는 의류와 액세서리 뿐 아니라 향수, 화장품, 가구·실내 장식품을 생산한다. 아르마니는 여러 개의 바와 레스토랑, 클럽과 농구팀도 소유하고 있다. 그는 포브스지가 선정하는 세계 200대 억만장자에도 들었다.
아르마니의 후임으로 그룹을 누가 이끌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아르마니는 생전 오랜 기간 남성복 총괄을 맡아 온 레오 델'오르코와 여성복 총괄을 맡고 있는 조카 실바나 아르마니를 고려하고 있다고 내비친 적이 있다.
할리우드 배우들도 아르마니에게 작별 인사를 남겼다.
앤 해서웨이는 "그는 이탈리아 패션계 황제 중 한 분이었다. 작별을 고한다"며 "당신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소셜미디어(SNS)에 적었다.
줄리아 로버츠는 인스타그램에 아르마니의 사망을 애도하며 "진정한 친구이자 전설"이라고 남겼다.
아르마니의 장례식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오는 6일과 7일 그가 기성복 컬렉션을 선보인 아르마니 극장에서 공개 추모식이 열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