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화그룹 방산 3사가 어제(2일) 폴란드에서 개최된 유럽 3대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 첫 합작 법인을 설립해 오는 2029년 다연장 로켓인 천무의 유도탄을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먼저 한화에어로의 현지 합작 법인 설립에 관해서 자세히 전해주시죠.
<기자>
동유럽 최대 규모의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인 MSPO 2025가 어제 폴란드에서 개막했습니다.
오는 5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31개 나라에서 온 400여 개의 방산업체가 참가 중인데요.
K-방산의 대표 주자인 한화그룹 방산 3사도 공동 부스를 차려 육해공을 한데 묶은 통합형 설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며 주력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전시를 기점으로 폴란드 기업들과 손잡고 현지 맞춤형 무기들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시 첫날 폴란드 최대 방산업체인 WB그룹과 천무의 유도탄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 설립을 합의하고 계약도 맺었는데요.
한화에어로가 현지에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지분은 한화가 51%, WB가 49% 보유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이미 국내에서 천무의 유도탄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왜 합작 법인을 설립해 현지 생산을 하겠다고 한 겁니까?
<기자>
현지화 전략을 펼쳐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합작 법인은 한화에어로의 천무에 쓰이는 사거리 80km급 유도탄을 생산할 공장을 짓고 오는 2029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인데요.
천무는 다수의 로켓탄을 한꺼번에 발사해 목표 지점을 초토화하는 다연장 로켓으로, 조선 시대 수백 발의 화살을 쏘던 화차가 시초입니다.
폴란드는 두 차례에 걸쳐 총 51억 달러, 우리 돈 7조 1,000억 원을 들려 천무 288대를 구입했는데, 벌써 100대 넘게 실전에 배치됐습니다.
이에 향후 공장에서 천무의 유도탄이 생산되면 폴란드에 우선적으로 공급되는데, 협의를 통해 다른 유럽국에도 납품될 예정입니다.
한화에어로는 최근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천무를 판매하면서 록히드마틴에 이어 세계 다연장 로켓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 중입니다.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앞으로 천무의 새로운 탄들도 연구 개발해 유럽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방침입니다.
정리하면 폴란드가 목표하는 유도탄 국산화와 한화에어로가 추진 중인 공급망 다변화가 맞아떨어진 것이 합작 법인 설립으로 이어진 겁니다.
<앵커>
폴란드에서의 또 다른 이슈인 잠수함 사업 ‘오르카’ 프로젝트도 살펴보죠.
한화오션이 잠수함 장보고-Ⅲ 배치-Ⅱ를 내세우며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데요.
앞선 캐나다에 이어 폴란드에서도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요?
<기자>
한화오션은 전시에서 독자 설계한 3,000톤 급 잠수함인 장보고-Ⅲ 배치-Ⅱ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8조 원 사업비의 폴란드 잠수함 사업,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를 노린 겁니다.
장보고-Ⅲ 배치-Ⅱ는 모든 디젤 잠수함을 통틀어 가장 오래 물속에서 항해할 수 있습니다.
또 탄도 미사일을 쏠 수 있는 발사관도 10개나 장착하고 있습니다.
동급 가운데 최강의 성능으로 폴란드뿐 아니라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등도 구입을 검토 중인 모델입니다.
최근에는 60조 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적격 후보에 선정돼 독일 업체와 나란히 결선에 올랐습니다.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처럼 우리나라보다 캐나다와 외교적으로 가까운 유럽국들을 제치고 공고한 시장에 균열을 낸 건데요.
캐나다에서처럼 폴란드에서도 기술력으로 유럽 경쟁사들이 점한 외교 우위를 뛰어넘겠다는 목표입니다.
이에 현지 조선소와 공동 건조, 수리를 골자로 한 업무 협약도 체결하며 국방 안보뿐 아니라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각하고 있는데요.
전시 기간 다른 조선사들과도 다양한 MOU를 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밖에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은 물론 펀드를 조성해 유럽연합의 재원과 무관하게 금융 지원을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한화 방산 계열사들이 펼치는 현지화 전략이 유럽의 방산 블록화에 대항할 수 있을까요?
<기자>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타산지석 삼으며 빠른 시간 안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며 재무장 중인데요.
그러면서 방산의 경우 대륙 안에서 자급자족해야 한다는 ‘바이 유리피언’을 기조로 삼고 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비유럽 업체들이 자기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그러자 한화 방산사들이 현지 합작 법인 설립, 현지사와의 업무 협약에 속도를 내며 틈을 파고 들고 있는 것이죠.
현지 생산뿐 아니라 기술 이전도 해주겠다는 절충 교역을 내걸며 유럽국들을 설득 중인데 어느 정도 통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MSPO에서 불고 있는 K방산의 현지화 열풍이 유럽의 블록화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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