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내년 1월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 VEU 명단에서 두 기업을 제외하기로 결정해 앞으로 중국으로 장비를 수입할 때는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게 됐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홍헌표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홍 기자, 미중 기술패권 전쟁 속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됐군요?
<기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해 VEU 프로그램 명단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해당되는 공장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시안공장, SK하이닉스의 다롄 낸드공장, 우시 D램공장 등 3곳입니다.
미국 상무부는 자국기업 기술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수입·사용할 때는 사전에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VEU라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출허가 간소화 혜택을 보고 있었는데, 이번에 중국 공장이 제외됐습니다.
전임 바이든 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제도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더 강화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에 유탄이 떨어진 겁니다.
구체적으로 핀펫기술을 사용한 로직칩,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야합니다.
이번 조치는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됩니다.
<앵커>
보통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 파운드리는 대만이 세계 1위로 널리 알려져있는데, 미국이 반도체 장비시장에서 1위라고요? 어느정도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까?
<기자>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잘하는 것만 주로 보다 보니 반도체 장비산업에는 관심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도체 장비가 없으면 아예 반도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산업입니다.
'슈퍼 을'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ASML은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글로벌 반도체 장비회사 점유율은 ASML이 26.8%로 1위,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23.9%로 2위입니다.
3위도 미국의 램 리서치, 4위는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 5위 역시 미국의 KLA입니다.
장비산업 점유율을 국가별로 합치면 미국이 52.4%, 네덜란드 29.4%, 일본 18.2%로 미국의 영향력이 가장 큽니다.
단계별 공정을 축약해서 설명하면 패턴을 새기는 포토 공정,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식각 공정, 필요한 박막을 형성하는 증착 공정이 있습니다.
포토 공정은 네덜란드의 ASML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지만 식각과 증착 분야에서는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램 리서치, 그리고 도쿄 일렉트론이 삼분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정의 마지막인 테스트 분야는 미국의 KLA가 50%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장비 자회사 세메스를 보유하고 하지만 글로벌 점유율은 미미합니다.
또 ASML도 최대주주가 미국의 캐피탈 그룹, 2대주주는 블랙록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번 조치가 우리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앵커>
미국의 반도체 장비산업 영향력이 생각보다 대단하군요,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는 낸드 공장, SK하이닉스는 낸드와 D램 공장 모두 영향을 받는만큼 SK하이닉스에 더 부정적일 것 같은데요?
<기자>
이번 조치가 내년부터 적용되면 두 회사 모두 피해를 입지만 삼성보다는 상대적으로 SK하이닉스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이번에 해당된 공장은 삼성의 낸드공장과 SK하이닉스의 낸드, D램 공장입니다.
두 회사 모두 낸드플래시가 중요하지만 HBM에 집중하고 있어서 주력 사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매출 300조원 중 반도체가 110조원인데, 낸드 매출은 32조원으로 약 10% 정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매출 중 D램이 약 78%, 낸드가 약 22% 입니다.
특히 중국의 우시 D램 공장은 한 달 평균 약 17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해 전체 생산량 중 약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낸드플래시 뿐 아니라 상당량의 D램 생산기지까지 타격을 받는다는 겁니다.
VEU 제외로 우시 공장에 장비 반입이 까다로워진다면 첨단 기술과 설비 도입에 제약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삼성과 SK 모두 신규 라인과 공정은 국내 생산 예정이고, 중국은 현상유지 수준이어서 이번 조치로 인한 단기적인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번 조치에서 TSMC는 제외됐는데요, TSMC의 중국 난징 공장 비중이 매우 낮고, 공정도 29나노로 뒤처져 있어 견제대상은 아니라는 해석입니다.
<앵커>
이런 와중에 중국의 알리바바가 자체 AI 칩을 개발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강하게 견제할 수록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요?
<기자>
미국이 때릴 수록 중국의 반도체 자립욕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최대 IT기업인 알리바바가 자체 AI칩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화웨이에 이어서 알리바바도 AI칩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겁니다.
이 소식에 엔비디아의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미국이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개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트럼프 정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칩은 커녕 성능이 떨어지는 H20 마저 중국 수출을 제한하자 반도체 자립으로 방향을 돌렸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VEU 제외조치 역시 미국산 첨단 장비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 알리바바가 내놓은 AI 칩은 TSMC가 아닌 중국 파운드리에서 하기 때문에 성능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중국의 반도체 자립 속도가 빨라진만큼 장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파장을 미칠 전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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