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사이 도나우강변 사람이 살지 않는 삼림지대에서 자칭 '베르디스 자유공화국'이 개국했다.
이 '나라'는 대니얼 잭슨과 그의 행정부에 의해 2019년 5월 30일에 건국이 선포됐으며 잭슨을 대통령으로 하는 임시정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베르디스 자유공화국 홈페이지(verdisgov.org)와 이 '나라'의 대통령실 홈페이지(president.vrdgov.org)에 적혔다.
잭슨 대통령은 호주에서 2004년 12월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 호주와 영국에서 자랐다.
그는 베르디스 자유공화국이 선포될 당시 14세였고, 현재는 20세다.
이 나라의 국토는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의 국경분쟁으로 인해 크로아티아 독립전쟁(1991∼1995년) 이래 세르비아나 크로아티아나 다른 어느 나라의 영토도 아닌 무주지(無主地·terra nullius)가 됐던 상태였다고 베르디스 공화국 측이 주장했다.
국토 넓이는 세계 최소국 바티칸시국과 비슷하다. 인근 국가의 지도에는 '포켓 3'라고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나라의 국체는 공화국이며 정부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만 국제법상 인정되는 국가들 중 베르디스 공화국을 인정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잭슨 대통령은 베르디스의 국토에서 이뤄진 탐사와 측량 여행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참여했다가 2023년 10월에 영구 정착을 시도했다.
그러나 며칠 후 크로아티아 경찰이 '베르디스 국토'로 침입해 잭슨 대통령을 포함한 정착자들이 만든 정착지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잭슨 대통령에게는 영구 입국금지 조치를, 다른 정착자들에게는 3개월 입국금지 조치를 각각 내렸다.
이에 대해 베르디스 공화국 측은 당시 크로아티아 경찰이 영토를 무단으로 침범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잭슨 대통령은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베르디스를 인도주의 업무를 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허브 국가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망명지'인 영국 남부 도버에서 화상회의로 NBC 인터뷰에 응했다.
잭슨 대통령은 "베르디스는 내가 14살쯤 됐을 때는 그냥 아이디어에 불과했지만, 내가 18세가 된 후에 우리는 실제로 정식으로 국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인도주의 업무를 했던 자신의 지인들로부터 이런 아이디어가 처음 나왔다면서 "우리는 중립국이 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비정부기구(NGO)들에 허브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엄청난 인도주의 활동 경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착을 하려던 잭슨 대통령 등 '건국 원훈'들이 '크로아티아의 불법 침략'으로 쫓겨난 이후 베르디스 공화국은 현재 '국토'를 실효 지배하지 못하고 있고 국토 내 실제 거주민도 없어 웹사이트로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잭슨 대통령에 따르면 베르디스 공화국 시민권을 신청한 사람은 지금까지 1만5천명이나 된다. 그 중 400명은 이미 시민권을 취득하고 실물 여권과 신분증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오는 9월 6일에 내무장관 등 다른 베르디스 자유공화국 임시정부 관계자들과 런던에 있는 크로아티아 대사관 앞에서 '불법 침략'을 규탄하는 집회와 시위를 할 예정이다. 집회 후에는 근처 카페나 술집에서 국민들과 인사도 나눌 예정이다.
그는 "나는 베르디스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다른 20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생활하기도 한다"고 NBC뉴스에 말했다.
베르디스처럼 국가를 자칭하고 주권을 주장하지만 실질적 지배력은 전혀 없는 소규모 사회공동체를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이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초소형국민체', '초소형국가체', '극소형 국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번역된다.
영토가 매우 작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주권국가인 '마이크로스테이트'(microstate)나 주장하는 영토 일부 혹은 전부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의 외교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미승인국가'(unrecognized state)와는 다른 개념이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