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와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한 핵심 경제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오후 미 연방항소법원이 핵심 무역 정책인 글로벌 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
이날 뉴욕 증시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 추진과 연방준비제도(Fed)와의 갈등을 흡수하며 주요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다.
● 미 연방항소법원, 트럼프 관세 정책에 “권한 남용”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관세 정책이 사법부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명시된 비상 권한을 넘어 미국 무역 정책을 재편하는 데 사용했다며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5월 28일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이 내렸던 하급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당시 국제무역법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 시 특정 경제 거래를 규제할 권한을 주지만, 이는 헌법상 의회의 고유 권한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소심 결과가 전해진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모든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당파성이 강한 항소법원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가 폐지되면 미국에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며 "막대한 무역 적자와 국민들을 해치는 불공정한 고나세와 비관세 무역 장벽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가 비상경제권한법에 기반해 전세계 교역국에 대한 보편적 10% 상호 관세와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 등을 펜타닐 관련 관세로 몰아세운 정책에 혼선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부터 800달러 이하 소형 소포에 부과하던 관세 면제가 사라지고 내달부터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와 중소기업, 소비자들은 소액의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에 따라 관세 15% 이하인 국가는 한시적으로 80달러, 25% 이상의 관세 부과국에서 보내는 경우 200달러의 임시 수수쇼를 물게 된다.

● 여전한 인플레이션..9월 인하 여부에 촉각
높은 물가 지표가 발표되면서 통화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졌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7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연준의 목표치(2%)를 여전히 웃도는 수준이다.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개인 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5% 증가하며 견고한 수요를 보였다. 이는 3.3%의 경제성장률과 맞물려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경제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연준(Fed)의 갈등은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사 쿡 연준 이사가 자신의 해임을 막기 위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미 연방법원은 이날 심리에서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않아 사안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비둘기파로 돌아선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추가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등 연준 내부에서도 통화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채권 시장은 이날 10년물 국채 금리가 4.23% 수준에서 움직이는 등 장기물 중심으로 상승 압력을 받았다.

이러한 정책적 불확실성과 물가 부담은 뉴욕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0.64%,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2% 내렸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15%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중국 기업 알리바바가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발표했으나, 자체 AI 추론 반도체 개발 소식을 전한 것이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경쟁 심화 우려로 이어졌다. 중국은 화웨이를 선두로 캠브리콘, 메타엑스 등 신생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알리바바는 엔비디아의 CUDA 아키텍처와 연동할 제품을 설계하는 등 기술 격차를 좁혀오고 있다.
이 소식으로 중국에 H20과 블랙웰 기반 첨단 반도체 수출을 재개하려던 엔비디아가 이날 3% 넘게 내렸고, AMD는 3%, 인텔도 2% 넘게 하락하는 등 반도체주 전반이 약세 압력을 받았다. 또한 데이터센터 부문 실적이 부진했던 마벨 테크놀로지는 하루 만에 18% 하락했고, 오라클도 5.9% 내리는 등 기술주가 시장 하락의 배경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