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성수기인 9∼10월을 앞두고 소셜미디어(SNS)에 프러포즈 관련 게시글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호화로운 호텔과 각종 명품이 등장하는 게시물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젊은 세대의 프러포즈 문화에 5성급 호텔과 명품 가방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성신여대 양수진 소비자산업학과 부교수 연구팀은 '소비자정책교육연구' 최신호에 게재한 '밀레니얼 청년들의 프러포즈 문화 속 명품의 의미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이 같이 분석했다.
연구팀이 작년 9월 1일부터 15일까지 '프러포즈'라는 태그가 달린 인스타그램 게시글 128개를 분석한 결과, 젊은 세대가 프러포즈 공간으로 가장 선호하는 장소는 호텔이 55건(42%)으로 가장 많았다.
38개 게시글은 호텔 정보를 명시했는데, 조사된 브랜드 19개 중 17개는 5성급 호텔에 해당했다. 잠실에 있는 '시그니엘' 호텔을 이용한 경우에는 '99층', '93층'처럼 층도 표시했다. 자동차를 활용한 프러포즈는 BMW 등 외제 차량인 경우에만 브랜드를 드러냈다.
예물로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명품 가방이었다. 총 38개의 가방 관련 게시글에서 '샤넬'이 19건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다른 예물 중에서는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같은 프러포즈는 결혼 전 통과 의례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한국리서치의 '2025년 결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천명 중 45%가 '프러포즈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수가 미혼인 18∼29세에서는 55%로 30대(47%), 40대(39%) 등 타 연령대보다 높았다. 젊은 세대일수록 프러포즈를 중요한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프러포즈 고급화는 전체 결혼 비용 상승과도 맞물려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약 2억원에 이르며, 결혼 예정자는 2억3천만원가량을 예상해 매해 약 1천만원씩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023년 7월 '결혼식 전 비싼 장애물: 4천500달러(약 600만원)짜리 청혼'이라는 1면 기사에서 한국의 호화 프러포즈 사례를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프러포즈 행태가 SNS를 통한 청년층의 과시 욕구와 사회적 체면과 연결되는 결혼 관습이 결합하며 생긴 현상이라고 본다. 남성이 여성에게 청혼하는 전통적 의미를 넘어 명품 예물을 진열하는 행위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다만, 소비는 개인 만족의 측면이 있는 만큼, 경제력이 뒷받침될 경우 나쁘게만 볼 일이 아니라는 반론(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도 나온다.
연구팀은 과시적 소비를 미화하는 콘텐츠에 대해 비판적 수용 능력을 기르는 'SNS 리터러시(문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사회 초년생과 예비 신혼부부가 건강한 결혼 관습과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돕는 '공공 결혼 준비 교육'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