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파킹형 투자상품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관세정책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 등 증시를 흔들 요인이 여전히 잠복해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투자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국내 고배당 ETF 중 순자산 규모 1위인 'PLUS 고배당주 ETF'에서만 5일 하루 동안 110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1일부터 이날까지 빠진 순자금은 444억원에 이른다.
다른 고배당주 ETF에서도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동안 KODEX 고배당주 ETF는 25억원, 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 ETF 54억원, TIGER 코스피코배당 ETF 6억원, KIWOOM 고배당 7억원 등에서도 자금 순유출이 지속됐다.
국내 증시 주변 자금 역시 199조원을 넘어 다시 2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 실적 시즌에 따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투자 대기성 자금 역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쌓이고 있다. 증권사 계좌에 예치된 투자자 예탁금과 신용으로 주식을 매수한 뒤 상환하지 않은 잔액인 신용거래융자잔고가 모두 증가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1일 71조7777억원을 기록, 2022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고배당주 주식과 ETF에 대한 개인의 순매도세가 이어진 것은 지난달 31일 세제 개편안 발표 직후 투자자들의 위축 심리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새 정부의 증시 부양책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양도소득세 요건이 강화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예상보다 높게 책정되자 고배당주에 대한 투심이 빠르게 식었다.
분리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은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현금배당이 5% 이상 증가한 경우에 한정된다.
ETF의 경우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되더라도 직접적인 세제 혜택은 볼 수 없다. 이번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에서 ETF를 비롯한 공모·사모펀드, 리츠 등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경우 기업들의 배당을 확대하는 게 목표인 만큼 배당을 확대할 유인이 있는 개별 종목이 아닌 ETF는 세제 혜택을 주기 어렵다. ETF 분배금은 원래 배당소득세 과세 대상인만큼 배당소득세 15.4%(지방소득세 포함)가 그대로 과세된다.
다만 금융 ETF의 자금유출이 일시적 충격에 불과할지는 예단하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일 코스피 급락 와중에도 71조2천971억원으로 전날(68조6천852억원)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정치권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여야가 7일 나란히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정부안에 여론이 나날이 악화하면서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점검하고 보완하거나 나아갈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