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유머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소유하고 싶은 것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소유하고 싶은 게 유머, 그 다음에 집도 소유하고 싶잖아요. 모든 건축물이 다 집은 아니지만 계속 있게 되고, 지나가다 보면 호감이 생기고, 저기 들어가서 살고 싶다는 공감도 든다는 점에서 건축과 유머는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빰빠야~아!'라는 희대의 유행어와 2대 맹구로 잘 알려진 코미디언 심현섭씨는 건축과 유머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 홍보대사로 위촉된 심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뛰어난 유머 감각 못지 않게 건축에 대한 탁월한 식견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번 홍보대사 위촉을 계기로 기회가 되면 건축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즐거움을 가미한 영화까지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대한건축사협회가 오는 9월 '건축본색·더 나은 내일'을 주제로 제17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를 개최한다. 영화를 통해 건축의 대중화에 힘쓰겠다는 취지로 출발한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올해로 벌써 17번째를 맞은 아시아 유일의 건축영화제다. 올해는 특히 9월8일 열리는 '제21차 인천 아시아 건축사 대회'와 맞춰 '더 나은 내일'을 핵심 키워드로 선정했다.
김재록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은 30일 서울 서초구 건축사회관에서 열린 영화제 개최 기자회견에서 "영화와 건축은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도시와 사회를 향한 깊은 관심을 공유하고 있다"며 "영화제를 통해 건축에 담긴 인간과 시대의 흐름을 깊이 있게 조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의 주제인 '건축본색(建築本色)'을 통해 건축의 역할은 무엇인지 살피겠다"며 "건축 본연의 힘에 주목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22개국 33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영화 '제프리 바와, 장소에 깃든 천재성'으로, 스리랑카 유명 건축사인 제프리 바와의 작품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그가 생전에 지은 바다 요새 라이트하우스 호텔과 정글 속 궁전 칸달라마 호텔 등을 담았다.
또 전설적인 건축사들의 생애를 다룬 '마스터&마스터 피스', 도시와 건축의 관계를 조명한 '어반 스케이프', 전 세계 차이나타운와 중국 문화에 집중한 '어반스케이프 스테셜: 중국, 확장의 건축 풍경', 건축 애니메이션 작품을 모은 '비욘드·건축과 애니메이션' 등의 섹션도 마련된다.
한국 건축계 거장인 고(故)정기용·김중업 건축사의 작품을 다룬 영화도 상영된다. 영화 '정기용, 감응의 건축: (옛) 서창 향토박물관'에서는 정기용 건축사가 1996년부터 10년 넘게 진행한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와 무주군청 등 30여 개 건축물이 재조명된다. 영화 '움직이는 회관'은 김중업 건축사의 유작인 군산 시민문화회관이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관하는 과정을 다뤘다.
영화제는 코미디언 심현섭을 홍보대사로 선정, 그의 유쾌한 이미지를 통해 영화제가 추구하는 재밌는 건축, 일상에서 편히 만나는 건축이라는 인식도 알리고자 한다. 심현섭은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개그콘서트', '웃찾사' 등에서 다채로운 표정 연기와 뛰어난 개그 감각으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최근에도 '조선의 사랑꾼', '미스터 로또' 등 다양한 방송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제36회 백상예술대상 코미디언부문에서 남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11세 연하 정영림씨와 백년가약을 맺으며 '54세' 새신랑으로 등극하는 경사를 맞았다.
심현섭 홍보대사는 "학창시절부터 종로구 북촌과 익선동을 자주 오가며 서울의 전통 건축과 골목길 풍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오래된 한옥이나 낡은 건물들을 볼 때면 그 안에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상상하게 되더라"며 희극인이기 이전에 미술 학도로서 건축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건축과 영화, 두 분야 모두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사이를 잇는 멋진 가교 역할을 하는 서울건축건축영화제에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웃음을 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번 영화제를 통해 보다 많은 분들이 건축을 좀 더 가깝고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오는 9월 12일부터 같은 달 14일까지 3일간 이화여자대학교 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별 상영은 9월 9일 인천시 송도 컨벤시아에서, 온라인 상영 행사는 9월 14일부터 25일까지 네이버TV에서 각각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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