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약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부진에 빠져있던 삼성 파운드리가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평가입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홍헌표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홍 기자, 가장 궁금했던게 계약 상대방인데, 역시 테슬라였군요?
<기자>
삼성전자가 이번 계약 소식을 밝히면서 고객사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글로벌 회사와 이정도 규모의 계약을 맺을 때 비밀유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약 1시간 전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직접 삼성과 계약을 맺었다고 SNS에 올렸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칩인 AI6를 삼성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한다"면서 "이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은 엄청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은 현재 AI4 칩을 만들고 있고, TSMC는 AI5를 대만에서 생산 중인데, 향후 애리조나 공장에서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국내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 2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삼성 파운드리가 글로벌 빅테크와 새로운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키움증권은 "내년 애플 아이폰 18용 이미지센서 양산, 테슬라 등 신규 거래선 확보를 통해 영업적자의 폭을 축소시켜 나갈 전망"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미 테슬라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사입니다. 지난 2019년부터 14나노 ‘완전자율주행(FSD) 칩’을 시작으로 자율주행 반도체를 공급해 왔습니다.
지난 2023년 5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직접 만나 완전자율주행 등 전장용 시스템반도체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는데요,
이 회장과 머스크의 미래 전장사업에 대한 동맹이 굳건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삼성 파운드리가 계속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이번 계약이 발표되면서 파운드리 사업부가 숨통이 트일 것 같습니다. 이번 계약규모가 165억 달러, 우리 돈으로 22조8천억원입니다. 그런데 계약기간이 8년입니다. 어느정도 성과로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삼성전자는 오전에 이 계약 공시를 하면서 계약규모가 전체 매출액 대비 7.6%라고 밝혔습니다.
7.6%면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삼성전자 지난해 300조 매출에는 스마트폰, 가전, 메모리반도체 등이 모두 합쳐진 수치입니다.
파운드리 성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만 떼내서 계산을 해야합니다.
삼성은 파운드리만 따로 공시는 하지 않아서 TSMC 매출과 점유율을 비교해서 계산해봤습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부 추정 매출은 약 130억 달러(18조원)입니다.
이번 계약규모는 165억4,416만 달러(22조8천억원)로 전체 규모로는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의 125.8%를 차지하는 겁니다.
8년 계약이니까 연간으로 나누면 20억6,800만 달러(2조8,500억원)이기 때문에 파운드리 연 매출의 15.7%입니다.
삼성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 사업부는 지난해 4조2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는 무려 7조원의 적자가 예상됐습니다.
이렇게 매출도 감소하고, 적자 폭은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계약이라 의미가 큽니다.
<앵커>
그러면 이번 계약으로 삼성 파운드리가 완전히 반등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반도체 업계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벼랑 끝에서 살아돌아왔다'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제 반등에 성공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는 평가입니다.
삼성 파운드리는 올해 1분기 기준 점유율이 7.7%로 TSMC와는 9배 격차가 나고, 3위인 중국의 SMIC와도 차이 크게 좁혀졌습니다.
이번 테슬라와의 계약은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을 돌릴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삼성전자는 2022년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 시작했는데, 당초 지난해 말부터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파운드리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공장 가동 속도조절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테슬라 수주기간이 2033년까지 8년인데, 장기 고객을 확보하면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테일러 공장은 4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이 가능하고, 추후 2나노 양산도 준비 중입니다.
이번에 수주한 테슬라의 AI6는 현 시점 가장 뛰어난 칩인 AI4보다 두 세대 발전한 것으로 2나노 공정이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머스크는 AI6를 단순한 차량용 부품이 아니라 AI 생태계를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보고 있는데, 2027년부터 본격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최첨단 공정에서 TSMC에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보인다면 미국 빅테크 고객의 추가 수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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