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P자산운용은 16일 롯데렌탈 이사회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철회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주주서한을 공개했다.
롯데렌탈이 유상증자를 강행한 데 따른 조치다. VIP자산운용의 주주서한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월 롯데렌탈 이사회는 대주주 지분 매각과 함께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호텔롯데 등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당시 주가 2.6배 수준인 7만7,115원에 매각했다.
동시에 어피니티를 대상으로는 주당 2만9,180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VIP자산운용은 6월부터 유상증자 철회 또는 공모가인 5만9,000원 이상 진행을 요구해 왔다.
VIP자산운용은 "어피니티가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 확보까지 염두에 두고 1조원 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했을 것"으로 봤다.
이어 "롯데그룹이 자신이 보유하지도 않은 특별결의 지분율을 어피니티에 고가에 넘긴 셈"이라고 비판했다.
대주주의 지분 매각과 이사회가 추진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별개의 사안이라는 롯데렌탈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간 롯데렌탈은 대주주 변경에 따른 사채 조기상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VIP자산운용은 최근 회사채 발행에서 1,000억원 모집에 6,600억원이 넘는 수요가 몰린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자금은 충분히 부채를 통해 조달할 수 있다"며 "유상증자의 불가피성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VIP자산운용은 이번 유상증자를 경영권 프리미엄과 엮인 '패키지 딜'로 의심했다.
유상증자가 없었다면 어피니티가 조 단위 프리미엄을 지급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VIP자산운용은 "과거 어피니티가 락앤락 인수 후 소액주주를 강제 축출했던 방식이 롯데렌탈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어피니티는 유상증자 완료 후 지분 63.5%를 확보한다. 기존 롯데그룹 계열사에 남은 지분까지 더하면 67.7%다.
이는 특별결의(출석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가 가능한 수준이다.
통상 주주총회에 소액주주가 모두 출석하지 않는 만큼 어피니티 단독으로도 특별결의를 할 수 있는 '개헌선'을 확보했다고 VIP자산운용 측은 의심했다.
특별결의 정족수를 확보하면 소액주주를 강제로 축출, 상장폐지를 추진할 수 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이사 개개인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주주와 시장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