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국회의원(국민의힘·서울 강남구병)의 의정 활동은 산업 현장에서의 경험을 입법으로 녹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경영의 자유와 법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짚어낸 상법·형법 보완에 나선 점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AI 산업으로 대표되는 기술 대전환기에 시민과 산업을 연결하는 교육 활동도 주목받고 있다.
▲기업의 '합리적 경영 판단' 보호 장치 필요
고동진 국회의원(서울 강남구병)은 기업 경영 판단의 자율성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 배임죄 특례법'(상법 개정안)을 2일 대표 발의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한 상법 개정이 과도한 소송 리스크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경영자가 신중한 판단을 통해 회사를 위한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를 배임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2004년 대법원이 제시한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률로 명확히 하려는 취지다.
현행 상법 제622조는 '임무에 위배한 행위'에 대해 특별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은 모호하게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로 확대될 경우 기업 경영 전반이 과도한 소송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 의원은 이사의 배임죄 적용 대상을 '회사를 위한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 보다 구체화했다. 이사가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이를 취득하게 하려는 의도 없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신중하게 판단해 행위한 경우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고 의원은 "기업이 주주에게 충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기업의 자율성과 자유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은 기업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경제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 자율성' 보장하는 형법 보완
상법 개정안과 연동해 고 의원은 형법상 배임죄 적용 기준도 정비하고자 4일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형법상 배임죄는 '임무에 위배한 행위'에 대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고 의원은 "이 같은 불명확성 때문에 실제 기업 경영 과정에서 불필요한 형사소송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고 의원은 경영상 판단의 실패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구조는 기업 경영 전반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경영은 본질적으로 일정한 위험을 수반하는 활동인 만큼,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신중하게 결정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에 따라 행위한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대법원이 판례로 제시한 '경영판단의 원칙'을 형법에 명문화한 것이다.
그는 "대법원이 이미 경영판단 원칙을 판례로 인정한 바 있지만, 법률에 명시되지 않아 여전히 기업인들이 법적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며 "이번 형법 개정안은 헌법 제126조가 보장한 '기업의 자율적 경영권'을 입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형법 개정안은 기업의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했던 입법적 대응이라는 평가다.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판단이 필요한지, 그 판단이 어떻게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출신인 고 의원이 경영 판단과 책임 사이의 균형에 주목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 AI·반도체 패권경쟁 심화…첨단기술 '1타강사'로
입법 외에도 고 의원은 산업 지형의 변화에 시민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기업인의 시각에서 볼 때 AI로 촉발된 사회적 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고, 이를 적시에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의지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동진의 토요캠퍼스'다. 산업의 변곡점에서 시민의 인식을 전환하고 미래 준비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의정 활동이다. 지난 6월부터 삼성2동 주민센터에서 총 5차례 강의가 진행됐다.
국내 AI 산업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는 가운데, 기술 개발 못지않게 시민 사회의 인식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AI는 더 이상 산업계만의 과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준비해야 할 미래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 의원은 "국가가 산업을 키우는 만큼, 시민의 이해와 수용이 따라오지 않으면 기술은 고립되고 정책은 공허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토요캠퍼스는 바로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한 시도다.
지난 6월 시작된 첫 강연에는 100여명이 조기 신청해 다양한 세대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AI의 구조와 △반도체 산업의 연계성 △향후 대한민국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한 설명을 통해 시민들과 직접 눈높이를 맞췄다. 고 의원이 기업에 재직하면서 경험한 글로벌 경쟁 현황도 자세하게 공유됐다. 고 의원은 "정책은 국민과 연결될 때 힘을 가진다"며 "지역에서부터 산업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곧 국가 경쟁력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