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변화로 해수면 상승 위기에 처한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 국민의 40% 가까이 호주 영주권 추첨에 응모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 뉴욕타임스(NYT), AFP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는 올해부터 투발루 국민 280명에게 특별 비자를 발급하기 위해 추첨을 진행 중이며, 접수 시작 일주일 만에 4,052명이 신청했다. 이는 2022년 기준 투발루 전체 인구 10,643명의 38%에 달한다.
호주는 내달 18일까지 추첨을 접수할 예정이어서 신청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별 비자를 받은 투발루인은 호주 영주권을 취득해 의료보험, 보육, 교육 등 복지 혜택을 호주 국민과 같은 조건으로 누릴 수 있다.
투발루는 솔로몬제도 동쪽, 피지 북쪽에 위치한 9개의 작은 섬으로, 국토 전체가 해발 5m 이하의 저지대다. 이미 9개 섬 중 2개는 거의 사라졌고, NASA 과학자들은 2050년이면 투발루 대부분이 만조 수위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호주는 2023년 투발루와 '팔레필리 연합' 협정을 체결해 특별 비자 프로그램과 방파제 건설 지원을 약속했다. '팔레필리'는 투발루어로 좋은 이웃, 배려, 상호 존중을 뜻한다.
이 협정에는 외국 침략이나 자연재해 발생 시 호주가 투발루를 방어하고, 양국이 제3국과 안보 협정 체결 시 반드시 협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남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투발루는 대만과 공식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12개국 중 하나다.
호주 외교부는 "기후 변화가 태평양 지역의 생계와 안보,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투발루 등 36개국을 미국 입국 제한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대조를 이룬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