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증시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강세를 이어가며 5개월 만에 시가총액 1위를 탈환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OECD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현지시간 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S&P 500은 0.58% 오른 5,970.37로, 나스닥은 0.81% 상승한 19,398.96으로 마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0.51% 뛴 42,519.64를 기록하며 기술주 중심의 상승 랠리가 이어졌다.
● 견고한 실적 이후 엔비디아에 몰린 투자자들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기준 마이크로소프트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지난 1월 이후 5개월 만에 전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엔비디아는 이날 3% 넘게 상승해 시가총액 3조 4,400억 달러를 기록, 300억 달러 차이로 마이크로소프트를 2위로 밀어냈다.
엔비디아는 지난 5월 28일 발표한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은 뒤 시장 상승의 동력이 됐다. 엔비디아는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매출 441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9% 성장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에 대해 “블랙웰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 조 단위 매개변수 규모의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고 있다”며 올해 70%대 중반의 마진 회복을 자신했다.
또한,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게임 부문의 기대감을 높이는 소식도 이어졌다. 젠슨 황 CEO는 닌텐도 공식 인터뷰 영상에서 스위치 2 콘솔에 탑재될 칩에 대해 “우리가 이전에 만든 것과는 전혀 다른 칩”이라며, “모바일 기기에서 가장 진보된 그래픽과 실시간으로 게임플레이를 선명하게 향상시키기 위한 전용 AI 프로세서”가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목요일 실적 발표를 앞둔 브로드컴 역시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기대로 2.74%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브로드컴은 지난 1분기 AI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41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2분기에는 4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펜하이머는 브로드컴을 “네트워킹, 무선, 스토리지 등에서 엔비디아 다음 가는 AI 프랜차이즈"라고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225달러에서 26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대형 기술기업인 메타 플랫폼의 원자력 발전 구매 계약도 이날 인공지능 테마와 전력주에 힘을 실었다. 메타는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간 1.1기가와트(GW) 규모의 원자력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메타의 첫 원전 진출로, 일리노이주 클린턴 청정에너지센터에서 2027년 6월부터 전력을 공급받게 된다.
인공지능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투자가 이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9월 컨스텔레이션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스리마일 아일랜드 재가동 계약을 발표한 데 이어, 구글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5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를 4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가운데, 민간 기업들의 선제적 투자가 시장의 긍정적 심리를 형성하고 있다.

● OECD, 경기 침체 경고… 미국 올해 성장률 1.6%로 ‘뚝’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의 2025년 성장률 전망을 기존 2.2%에서 1.6%로 대폭 하향 조정하고, 2026년 전망도 1.5%로 낮췄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과 그로 인한 불확실성, 이민 둔화, 연방 인력 감원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OECD 수석 경제학자 알바로 페레이라는 "무역 불확실성과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더 낮은 성장, 더 적은 일자리, 더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전 세계 GDP 성장률 역시 2024년 3.3%에서 2025년과 2026년 모두 2.9%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이러한 둔화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 집중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리사 쿡 연준 총재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고 금리 정책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쿡 총재는 “무역정책 변화와 관련된 가격 인상이 단기적으로 (물가 안정의) 추가 진전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트럼프 정책 이후 커지고 있는 연준 내부의 딜레마를 드러냈다.
한편, 미 경제 지표는 견고한 흐름을 이어갔다. 미 노동통계청의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4월 구인 건수는 총 740만 건으로 전월보다 19만 1천 건 증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710만 건보다 높고, 3월까지 이어진 하락세를 되돌린 지표다.
● 트럼프 감세안 둘러싼 논란 가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주 정부효율성위원회(DOGE) 특별 공무원 직책을 사임한 이후 트럼프 감세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X(엑스)에 여러 건의 글을 올려 “죄송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역겹고 혐오스러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이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법안이 "이미 거대한 예산 적자를 2조 5천억 달러 더 늘려 미국 시민들에게 감당 불가능한 부채 부담을 지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일론 머스크의 입장을 알고 있다"며 "이것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며, 이를 고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의 발언 이후 켄터키주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은 "간단한 수학"이라며 지지 발언을 X에 남겼고, 유타주 마이크 리 상원의원도 "의회가 무모한 적자 지출을 통해 미국 중산층을 공동화시켰다"며 반대 의견에 동참했다.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이 법안이 10년간 3조 1천억 달러를 국가 부채에 추가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했다. 펜 와튼 예산 모델은 이자와 경제적 효과를 포함할 경우, 부채 증가액이 3조 8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더 높게 추산했다.
● 웰스파고, 7년 만에 Fed 자산상한 규제 벗어나
한편,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가 7년 만에 연방준비제도(Fed)의 제재에서 벗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에 웰스파고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3% 넘게 상승했다. 웰스파고는 2016년 유령 계좌 스캔들 이후, 2018년 2월 연준으로부터 자산을 1조 9,500억 달러로 제한하는 이례적인 규제 조치를 받아왔다.
웰스파고의 찰리 샤프 최고경영자(CEO)는 제재 이듬해인 2019년 취임한 이후, 연준이 요구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 개선 과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에 연준은 “웰스파고가 기업 지배구조와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데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며 제재 해제를 결정했다.
골드만삭스의 리처드 램스든 애널리스트는 제재 해제 효과에 대해 “웰스파고가 예금, 증권, 대출 사업 등에서 더 빠른 성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웰스파고의 자산이 수년간 상한선에 묶여 있는 동안, 경쟁사인 JP모건 체이스는 자산을 1조 5천억 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조 달러가량 늘리며 격차를 벌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