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채권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이자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동안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불다 최근 주춤해지자 미국 채권으로 관심이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최근 일주일(16∼22일) 동안 미국 채권을 5억9천600만달러(8천18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주(9∼15일) 3억7천700만달러, 그 전주(2∼8일) 1억8천700만달러어치의 미국 채권을 순매수한 데 이어 갈수록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미국 채권 순매수액이 최근 2주 사이에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감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국 국채의 신뢰도가 크게 흔들리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한 영향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3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이 미 하원을 통과한 지난 22일(현지시간) 연 5.16%까지 올라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4.63%까지 치솟아 곧 5% 선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감세안으로 인한 연방 재정적자 우려 등 여러 악재가 잇따르자 미국 국채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도 "우리는 채권시장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자산을 줄이려는 글로벌 추세 때문에 미국 채권이 흔들리지만 사실 이를 대체할 자산이 딱히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타이밍 때문에 해외 투자를 꾸준히 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미국 주식 대신 채권으로 자산을 옮기려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달 말부터 뚜렷해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도세는 4주째 이어졌다.
국내 투자자는 최근 한주간(16∼22일) 미국 주식을 4억5천700만달러(6천267억원) 순매도했다.
직전주(9∼15일)의 순매도액 7억4천900만달러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팔자'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 증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여파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환차손까지 더해져 미국 주식 매도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