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의 미래 먹거리인 연 55조 원 규모의 미국 해군 군함 수리, MRO 시장이 무한 경쟁에 돌입합니다.
그동안 미 MRO 사업을 하려면 함정정비협약을 맺은 기업만 가능했는데요.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관련 법안이 개정되면서 진입 문턱이 없어졌습니다.
사안 단독 취재한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미 군함을 수리할 수 있는 일종의 라이센스가 사라진 건가요?
<기자>
복수의 해군 고위 관계자는 "최근 MSRA가 없어도 미국 해군의 군함을 MRO, 즉 수리를 할 수 있도록 미 현지법이 개정됐다"고 밝혔습니다.
MSRA는 미 군함의 MRO 사업을 하기 위해 반드시 체결해야 하는 함정정비협약입니다.
취재 결과 미 해군 군수사령부는 지난 2월 일본 요코스카 해군 기지에서 조선사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본 요코스카 해군 기지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일대를 방위 중인 미 해군 7함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당시 발표 자료를 단독으로 입수했는데, 화면을 통해 같이 살펴보시죠.
미 해군은 올해 1월 1일부로 군수지원함 MRO에 한해 공개 경쟁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단 전투함 MRO는 여전히 MSRA를 체결한 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미 정부 공식 홈페이지도 접속해봤습니다.
미 국방부 조달 규정 가운데 선박 MRO를 위한 포괄 계약서 부분이 바뀌었던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 군함을 MRO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미 국방부 조달 규정에 따라 MSRA 자격을 획득해야 했는데요.
이제는 군수지원함의 경우 따로 협약을 맺지 않아도 누구나 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앵커>
미 군함 MRO 사업이 사실상 무한 경쟁 체제가 된 것인데,
큰 변화가 불가피하겠네요?
<기자>
국내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선박 전문 수리사인 선진조선 등 3개 업체만 MSRA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HJ중공업도 MSRA 체결을 위해 전담 태스크 포스를 꾸린 상태고요.
그간 MSRA가 있는 기업들만 시장을 공략했다면 앞으로는 모든 기업이 뛰어들 수 있게 된 건데요.
진입 장벽이 무너지면서 국내 MRO 업계 양대 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일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수주전 확전으로 출혈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속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미 해군은 당초 올해 10척 안팎의 물량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수를 더 늘리기 위해 법령을 개정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실제로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해와 올해 40척 넘는 군수지원함이 MRO 소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대형 조선사부터 중소 조선사까지 군함 수리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단독으로 작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입니다.
결국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이 하청 형태 등 다른 조선사와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잠재적인 경쟁국인 일본의 경우 MRO 사업을 할 도크가 포화상태인 만큼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인도, 필리핀, 싱가포르 등은 우리와 비교해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분간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수십 년간 고수했던 법안을 개정할 정도로 타국에게 군함 수리를 맡기는 겁니까?
<기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중국과 글로벌 해양 패권을 놓고 대립 중인데 해마다 수적 열세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재 미국 군함의 수는 219척으로 234척인 중국에 밀린 상황입니다.
미 해군 정보국은 중국의 건조력을 따졌을 때 오는 2030년이면 양국 간 군함 수 격차가 200척 넘게 벌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문제는 현재 미 해군이 운용 중인 군함 대다수가 노후화로 인해 고장났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 MRO 지원을 요청하는 겁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도 "자력으로는 군함 수 유지 조차 벅찬 상황으로 한국 등의 도움이 절실하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군수지원함 MRO 사업이 정착될 경우 대상이 전투함으로 확대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군함 건조도 노릴 수 있습니다.
미 의회 예산국이 발간한 '2025년 해군 군함 건조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은 30년 동안 약 100척의 군함을 전력화할 계획입니다.
이에 우리 돈 1,600조 원을 쏟을 방침인데 자국 조선업이 쇠퇴한 만큼 군함 건조 역시 한국 등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큽니다.
연간 미 해군의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은 11조 원, 함정 건조 시장이 4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