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시간 내일 새벽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합니다. 자동차, 철강에 이어 별도로 반도체 품목에 대한 관세도 예고돼 있어 전체 반도체 산업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증권부 정재홍 기자 나왔습니다. 정 기자, 미국이 상호관세 발표와 더불어 칩스법 보조금 지급도 재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습니다. 우리 반도체 산업도 폭풍전야입니다.
<기자> 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보조금 지급 전체를 철회하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는 수순인 건데요. 불과 몇 달전이죠. 지난해 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7억 4,500만 달러, 4억 5,800만 달러 가량의 직접 지원금이 확정됐었다는 점에서 대미투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 보조금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왔습니다. 보조금을 주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게 하는 게 "돈 낭비"라는 건데요. 여기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고 관세 정책만으로도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이끌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미국은 우리시간 내일 새벽 5시 구체적인 상호관세 정책 내용을 공개합니다. 이와 별도로 반도체 품목에 대한 25% 추가 관세도 예고돼 있습니다.
<앵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반도체만 놓고 보면 대미 수출 비중이 그렇게 크진 않잖아요.
<기자> 네. 자동차는 지난해 전체 수출 비중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반면 우리 반도체 산업의 미국 수출 비중은 7% 수준으로 크진 않습니다.
엔비디아의 GPU칩이 조립되는 TSMC 공장이 대다수 대만에 있고, 범용 메모리 반도체를 사가는 완제품 제조사들의 공장들도 대다수 미국 이외의 국가들에 포진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전체 반도체 대미 수출물량은 106억 달러로 자동차와 함께 양대 주력 수출품목입니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미국이 10% 관세를 책정했을 때 우리 반도체 수출은 4.7%, 20%의 경우, 8.3% 수출 감소효과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산술적으로 25% 관세를 책정하면 1조 5천 억원 이상의 직접적인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관세 불확실성에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습니다. 애초에 칩스법 자체가 자국내 첨단 로직반도체와 메모리 생상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였잖아요. 방식만 관세로 달라질 뿐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행보에 게속 휘둘릴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앵커> 미국의 의도대로 대만 TSMC가 미국에 또다시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았었죠.
<기자> 네. 총 1천억 달러, 우리돈 145조 원이 넘는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요. 웨이저자 회장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발표했었죠. 3곳의 파운드리 공장 가동 계획에 더해 추가로 3곳을 더 짓겠다는 거였습니다.
물론 트럼프 비위를 맞추기 위한 TSMC의 궁여지책이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TSMC의 애리조나 공장에선 지난해부터 4나노 제품 양산이 시작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 파운드리 회생 비용을 TSMC에 전가하고 싶어 하고 대만은 그걸 싫어하면서도 이끌려 가는 모양새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현재 미국내 D램 생산능력을 높여가는 마이크론에 대한 노골적인 밀어주기에 휘둘릴 수 있습니다.
<앵커> 전체 반도체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것 같은데, 한창 주가를 올리던 삼성전자도 관세 발표를 앞두고 6만원선을 회복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반도체 업황 조기 개선 기대감으로 5개월 만에 주가 6만원 선을 탈환했지만 며칠 지속되지 못 했죠. 관세 공포가 짓누르고 있지만 업황 개선세가 눈에 띈다는 게 긍정적입니다. 이런 이유로 증권사들은 목표 주가를 7만원 후반대로 높여 잡고 있고, KB증권의 경우엔 8만2천원까지 상향했습니다. 최근 마이크론이 D램 가격을 10% 정도 인상한다고 알려지면서 더 훈풍을 탄 모습입니다.
시장에선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쥐고 있다고 해도 시장이 그 의도대로만으론 가지 않을 수 있다고 봅니다. 반도체에 대한 높은 관세는 결국, 그 제품을 사야만 하는 자국내 빅테크 기업들의 비용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AI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업계의 풍향은 다음달 엔비디아 실적을 통해 갈립니다. 안그래도 미국 빅테크에 대한 믿음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트럼프도 자국 내 여론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칩스법은 미국 의회의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탄생했습니다. 미국이 관세 대신 칩스법 규정을 조정하는 것으로 정책 범위를 좁혀갈 것이라고 시장은 믿고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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