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가자전쟁 반전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이 학교 재학 중인 한인 학생 정모(21)씨가 추방 위기에 놓였다.
이에 영주권자인 정씨는 부당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장관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컬럼비아대 3학년인 정씨는 지난해 이후 반전시위 참가 이력과 관련해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부터 추적을 받고 있다고 정씨가 이날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나타났다.
정씨는 7세에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영주권자 신분으로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 중이다.
그는 고교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고별사까지 했고 대학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물론 캠퍼스 문학잡지나 학부생 법률신문 제작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왔다고 소송 기록은 전했다.
정씨는 컬럼비아대에서 벌어진 가자전쟁 중단 촉구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했지만,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NYT는 정씨가 다른 학생들과 함께 '대량학살 공모 혐의로 수배'라는 문구가 적힌 대학교 이사회 이사진의 사진 전단을 게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고 전했다.
정씨는 지난 3월 5일 컬럼비아대에서 대학본부를 상대로 열린 시위 참가자 징계반대 항의시위 이후 미 당국의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다른 시위대와 함께 뉴욕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났지만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소환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나 이후 경찰이 아니라 ICE 요원들의 체포 및 구금 시도가 이어졌다.
ICE 요원들은 지난 8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9일 정씨의 부모 자택을 방문했다. 미 당국은 지난 10일 정씨의 변호인에게 정씨의 체류 신분이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13일에는 정씨를 찾기 위해 컬럼비아대 기숙사를 수색하기도 했다.
24일 현재 정씨는 체포되지 않은 상태라고 NYT가 전했다.
정씨는 트럼프 행정부에 제기한 소송 소장에서 "비(非)시민권자의 정치적 견해 표현이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민당국의 구금 및 추방 위협이 처벌 수단으로 쓰여선 안 된다"라고 밝혔다.
미 당국은 팔레스타인 시위 주도 전력이 있거나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이나 학자들을 잇따라 체포해 추방 등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
ICE는 지난 8일 컬럼비아대 반전 시위에서 대학당국과의 협상 및 언론 대응을 맡았던 마흐무드 칼릴을 체포했다. 이후 시위 관여자들을 잇달아 체포 중이다.
미국 영주권자인 칼릴은 현재 루이지애나주 이민당국 시설에 구금된 상태다. 미 연방법원은 칼릴을 추방하려는 당국의 절차를 중단시켰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