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잉사의 우주캡슐 '스타라이너'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시험비행을 떠났다가 문제가 발생해 발이 묶인 우주비행사 2명에 대한 지구 귀환 계획 일정이 며칠 더 미뤄지게 됐다.
이들은 당초 약 8일간으로 우주 체류를 계획하고 떠났지만 지금껏 9개월이 넘게 우주정거장에 고립되어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12일 오후 7시 48분(미 동부시간) ISS 교대 임무를 수행할 '크루-10' 팀을 태운 우주캡슐 드래건을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카운트다운 1시간을 채 남겨두지 않고 발사를 취소했다.
이날 발사는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이뤄질 예정이었다. 이는 발사대의 유압 시스템 문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NASA 측은 "로켓과 우주선 자체는 모두 정상"이라고 밝혔다. 추후 발사는 며칠 안에 다시 시도될 수 있다고 NASA 측은 덧붙였다.
이번 크루-10 발사는 예기치 않게 ISS에 장기 체류 중인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와 수니 윌리엄스를 지구로 귀환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NASA 소속 우주비행사 윌모어와 윌리엄스는 지난해 6월 5일 보잉사가 개발한 우주캡슐 '스타라이너'의 첫 유인 시험비행을 위해 이 캡슐을 타고 지구를 떠나 ISS에 도착했다.
하지만 스타라이너가 ISS에 도킹한 후 기체 헬륨 누출과 기동 추진기 고장 등 여러 결함이 확인되어 지구 귀환 일정이 미뤄졌다.
NASA는 지난해 8월 우주비행사들의 안전을 위해 이들의 귀환에 스타라이너 대신 스페이스X의 드래건 캡슐을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스타라이너를 무인 상태로 귀환시켰다.
또 별도로 예정돼 있던 NASA의 ISS 우주비행사 순환·교대 임무 크루-9와 연결해 일정을 조정하고, 윌모어와 윌리엄스를 크루-9 팀원으로 합류시켰다.
작년 9월 28일 크루-9 팀원 2명을 태우고 윌모어와 윌리엄스를 위한 자리 2석을 비운 드래건 캡슐이 발사됐다. 이후 윌모어와 윌리엄스는 ISS에 합류한 크루-9 팀원과 함께 시설 관리와 각종 우주 실험 등 NASA 임무를 수행해왔다.
크루-9팀은 다음 임무를 맡은 크루-10 팀이 ISS에 도착해야 지구로 귀환할 수 있다. 크루-9 팀의 귀환 일정은 당초 올해 2월 말로 예정됐지만 크루-10 수송에 새 드래건 캡슐을 이용하는 문제로 일정이 3월 말로 더 미뤄졌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1월 당선된 이후 윌모어와 윌리엄스의 귀환 지연 문제를 이전 조 바이든 행정부 탓으로 돌려 NASA는 정치적 논쟁에 휩싸였다.
결국 NASA는 크루-10 팀을 태울 우주선을 새 캡슐이 아닌 구형 드래건 캡슐을 쓰기로 하고 크루-9의 귀환 일정을 2주가량 앞당겼다.
NASA는 비행사들의 귀환을 위해 기존의 ISS 우주비행사 수송 임무(크루-9·10)를 연결해 진행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윌모어와 윌리엄스를 더 일찍 귀환시키자는 스페이스X의 제안을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NN에 따르면 NASA의 전직 고위 관리는 스페이스X가 NASA 측에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고, 만약 그런 제안이 있었다고 해도 NASA는 수락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우주비행사를 단독 귀환시키려면 스페이스X의 드래건 캡슐과 팰컨9 로켓을 추가로 발사하기 위해 수억달러(수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돼야 하는데,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윌모와 윌리엄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장기간의 ISS 체류에도 불만이 없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다.
윌리엄스는 이달 4일 인터뷰에서 "우리에게는 임무가 있다"며 "우주에 있는 것은 정말 재미있고 하루하루가 흥미롭다"고 말했다.
윌모어도 지난달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우리가 '버려졌다, 고립됐다'는 등의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을) 우리 둘 다 이해는 한다"며 "하지만 그런 이야기보다 우리가 미리 준비돼 있었고 (임무에) 헌신적이라는 내용으로 바꿔주는 게 도움이 된다. 그것이 우리가 더 좋아하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