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롯데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오늘 롯데렌탈 인수 본계약을 합니다.
계약 체결과 동시에 2,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산업부 이지효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자, 회사 주인이 바뀌자마자 유상증자에 나서면 아무래도 투자자들이 반발하지 않을까요? 어떻습니까?
<기자>
롯데렌탈 주주들의 의견을 살펴보기 위해 종목 토론실에 들어가봤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유상증자에 반발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습니다.
직접 보시겠습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라고 안심하지 마라"
"어피니티 측이 저평가된 롯데렌탈 주식을 매수했다, 일반주주 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는 유상증자를 저지해야 한다"
이런 의견들입니다.
다만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상증자가 호재로 인식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유상증자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새로 주식을 발행하는 만큼 기존 주식의 가치를 희석합니다.
제3자 배정이 아니라 주주배정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도 떨어진 주식을 울며 겨자 먹기로 또 사야하는 부담까지 생기죠.
다만 이번 사례처럼 제3자 배정은 호재인 경우도 있습니다.
제3자가 투자한다는 것은 회사의 성장성이 있다고 본다는 건데,
즉 앞으로 기업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홈플러스 사태로 사모펀드가 투자금 회수에만 열을 올린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는데요.
이번 유상증자 제3자 배정 대상자는 인수 주체인 어피니티가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입니다.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2만9,180원인데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2월 28일 종가(2만9,050원)보다 높은 수준이죠.
그렇기 때문에 종목 토론실에서 나온 롯데렌탈을 저가에 인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요.
결국 사모펀드가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몸값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인수가 보다 주가가 오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그럼 어피니티는 2,000억원이 넘는 자금으로 어디에 투자한다는 겁니까?
<기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신사업으로 예상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이달부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중고차 사업을 시작합니다.
어피니티가 롯데에서 인수한 이후로 본격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드는 건데요.
롯데렌탈은 아시는 것처럼 렌터카 회사입니다.
차량을 대량으로 구매한 이후에 법인이나 개인에게 렌탈, 즉 빌려주죠.
이후에 이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팔아서 한 번 더 돈을 법니다.
지금까지도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는 했습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경매장에서 중고차 딜러에게 팔았던 건데 이제 소비자에게 직접 판다는 겁니다.
중간 마진 없이 소매로 팔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B2B보다 이익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실적 발표와 기업 설명회 등을 종합해 보면 2024년 중고차 매각 매출이 약 7,400억원 수준이었는데요.
올해는 지난해보다 1,500억원 증가한 9,000억원 내외일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롯데렌탈의 지난해 매출이 2조8,029억원 수준이었는데요. 30% 정도를 중고차 사업이 맡는다는 의미죠.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장 대비 중고차 시장이 크지 않은데요.
영국과 미국, 독일은 중고차 판매 대수가 신차에 비해 각각 4.6배, 2.7배, 2.6배 많은데, 한국은 1.5배 수준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도 최근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성장성을 갖춘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롯데가 그룹 차원의 부채비율 관리로 롯데렌탈도 보수적으로 운영됐던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 무리한 사업 확대로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생기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최근 사모펀드가 사들인 기업이 주시 대상이 되고 있죠.
다만 롯데렌탈은 지난해 렌탈 업계 최초로 글로벌 신용 평가사 무디스와 피치에서 투자적격등급을 획득했습니다.
무디스는 Baa3를, 피치는 BBB- 등급을 부여했는데요.
국내 신용 평가사 기준으로는 AA+에서 AA- 수준에 해당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부채비율도 크게 작용했죠.
롯데렌탈의 부채비율은 400% 내외인데요. 경쟁사가 600% 전후로 유지되는 것에 비해서 낮은 수준입니다.
업계에서는 어피니티가 앞으로 돈을 더 조달해 많은 렌탈 차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는데요.
이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실적이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금 창출 능력을 뜻하는 에비타(EBITDA)는 2024년 기준 1조3,627억원에 달합니다.
증권가에서는 사모펀드로 매각이 완료된 이후에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도 있다고 분석하는데요.
앞서 어피니티는 지난해 SK렌터카도 인수했죠. 업계 1, 2위를 다 확보한 겁니다.
SK증권은 "SK렌터카와 신차 공동 구매로 할인율 확대, 배차, 정비, 각종 고정비 절감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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