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사들이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이어가는 가운데 예년보다 강화된 주주환원책을 내놓고 있다.
다만 주가는 그다지 오르지 않아 투자자들의 시큰둥한 반응이 읽힌다. 지난해 '밸류업'(기업가치제고)이란 키워드만으로도 주가가 수직상승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지난 5일 KB금융은 실적과 함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KB금융은 작년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밸류업 계획상 13%를 충족하는 13.51%였고 상반기 5천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밝혔다.
외국계 증권사는 자사주 매입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며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노력의 절실함이 적다" "기대 수준보다 낮다"는 평가를 내놨다.
발표 다음 날인 6일 주가는 오히려 6.70%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6일 하루 KB금융을 75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6일 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신한지주도 다음날 주가가 1.50% 내렸다.
신한지주는 작년에 발표한 자사주 매입 중 잔여분 1천500억원을 포함해 상반기 내에 6천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다소 부진한 실적에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도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발표 다음 날 주가는 약세였다.
반면 주주환원율 50%를 발표한 삼성화재(11.71%)와 예상보다 높은 주당배당금(DPS)에 자사주 추가 매입까지 내놓은 하나금융지주(3.71%)는 발표 직후 상승세를 보였다.
강화된 주주환원책에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은 시장이 그 이상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의 밸류업 공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94개 기업(코스피 83개, 코스닥 11개) 중 97%인 91개 기업이 주주환원 관련 목표를 제시했다.
7개 기업은 지난해 중간·분기 배당을 새로 실시했고 앞으로 9개 기업은 중간 배당을, 4개 기업은 분기 배당을 추가로 실시하거나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 이력이 없는 21개 기업은 주주환원 목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담았다.
투자자들이 단순한 주주환원 정책만으로는 차별화되지 않는다고 느낀 배경이다.
밸류업 공시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정다솜 연구원은 "자본 배치에 대한 세부적인 방향이나 원칙을 제시한 기업은 손에 꼽힌다.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 규칙과 거버넌스 개선안에 대한 얘기가 적은 것도 아쉽다"며 "주주와의 소통 확대나 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 개선을 넘어 합리적인 경영 의사결정을 기대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버넌스 개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
